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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뉴스,속보/속보

카드사 콜센터 전화는 불통 중

고객은 비상사태, 카드사는 非비상사태

 

사상 최대 고객정보가 유출된 국민카드와 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 3사는 비상사태임에도 비상근무를 하지 않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설 명절을 앞두고 비상근무에 돌입한 택배업계와는 대조적이다.

 

사안의 다급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불통이다.

지금은 통화량이 많아 연결되지 않으니 잠시 후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라는 식의 안내 음성만 계속 흘러나온다. 잠시 후에 다시 걸어도 30, 한 시간 뒤에 걸어도 앵무새처럼 같은 안내만 되풀이 할 뿐이다.

 

비상사태를 인식하지 못할 만큼 둔감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조치다. 이런 자세로 고객의 2차 피해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

 

야근을 하든 퇴직한 경력 단절자를 파트타이머로 임시 채용하든,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서둘러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해결책과 예방책은 깜깜 무소식

 

KCB 모든 임원은 사퇴하기로 했다.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만인가. 사상 초유의 사태는 누가 수습하고 피해 금액은 누가, 어떻게 보상하나? 또 정신적 피해는 어떻게 하고?

 

새로 그 자리에 앉는 후임자는 전임자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면서 사태를 대충 마무리 지으려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사태가 이쯤 되면 속 시원하고 안전한 해결책이 나올 법하련만 아직도 깜깜 무소식이다. 복장이 터진다.

 

카드사의 고객 정보 유출 확인 과정에서도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공인인증서 관련 자료도 수집한단다.참으로 한심한 작태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제2의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

 

 

국민은행 사과문.<사진 국민은행 홈페이지>

 

 

미국은 지극히 필수적일 때만 주민등록번호 요구한다   

 

미국의 경우 입사 지원서에도 주민등록번호(사회보장번호)를 적지 않는다아예 주민등록번호 기입란이 없다.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는 (개개인을 구별하는 수단이라는 의미에서는)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동일하다.

 

합격 이후 정식 입사 시에 적어 제출한다. 그밖에는 세금 낼 때와 금융기관 거래 틀 때로 공개가 국한된다.

그들은 타인의 사회보장번호도 자신의 것과 마찬가지로 소중하게 다루며 관리한다.

 

이와 달리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난생 처음 보는, 알려지지 않은, 믿음직하지 않은 인터넷 쇼핑몰조차 회원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 입력은 필수다.

 

신용카드 번호를 통째로 알려줘야 하고, 카드 비밀번호도 두 자리 이상을 알려줘야 한다. 네 자리 모두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주민번호를 받아 놓고 보안에 소홀(취약)해 해커들의 맛있는 먹잇감이 된다. 소중한 타인의 정보 보호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왜 보안 투자에 인색한가

 

보안 투자에 인색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 악순환을 부르는 게 현실이다. 금융기관이 개인정보를 유츌하면 고작 과태료 600만원을 물린다. 거대한 몸집의 금융사로서는 껌값이요, 푼돈이다.

 

똥 밟은 셈 치고 푼돈 내면 된다. 600만원도 정보 유츌 관련자의 돈이 아니다. 법인 돈이다. 내 돈 아니니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해커 처벌도 미국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미국은 해커들의 지옥이다. 미국의 법정은 해커에게 징역 20년 등의 중형을 선고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중형을 선고 받은 해커는 없다.

 

몇 해 전엔 신문 구독료 자동이체를 권유하며 보급소(변경된 명칭이 생각나지 않아 옛 명칭 사용)측에서 신용카드 비밀번호 네 자리 모두를 요구해 거절했는데, 매월 구독료는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비밀번호가 없어도 되는데 굳이 요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은행 등에서 자동이체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거부감이 든다. 창구 직원이 내미는 서류에 정보제공 동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제공 동의 기간이 장난이 아니다. 그 기간 동안은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된다.

 

개인정보 쉽게 삭제 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해지한다고 개인정보가 삭제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를 삭제하려면 회원 탈퇴를 해야 한다. 탈퇴해도 일반적으로 5년 간(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 개인정보를 보관한다. 이건 같은 경우가 어디 있담.

 

탈퇴나 해지를 하면 할부 결제나 금융사기, 여타 사고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만 보관해야 함에도 그들의 편의를 위해 장기 보관한다. 그러다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이런 불합리한 규정을 모조리, 한방에 뜯어 고쳐야 한다.

 

우리처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당연하다는 듯이 요구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곳곳에서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개인 전화번호, 주소나 거소, 직장명과 직장 연락처, 주민등록등본, 학력, 병역, 재산 정도, 심지어 자기 집(서류상 자가· 自家)인지 전셋집(타가·他家)인지를 구분해 묻는 등 열 손가락으로는 다 꼽을 수 없을 만큼 주문한다.

 

개인정보 가득한 호떡 봉투   

 

글을 써나가다 주마등처럼 떠오른 두 가지 기억을 이곳에 옮겨본다. 그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유쾌하지 않은 일들이다.

 

십 수 년 전 혹독히도 추운 어느 겨울 날 노점에서 산 호떡을 걸어가며 먹다가 깜짝 놀랐다. 호떡 봉투가 개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으로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아마 A3 정도 크기의 인쇄용지를 접어 만든 봉투였을 것이다.

 

저장해둔 회원 또는 고객의 정보를 출력해 모았다가 소각하지 않고 한꺼번에 버린 것을 누군가 주워서 팔고, 산 사람은 이를 봉투로 만들어 팔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십 수 년 전 우리사회의 보안의식 현주소다. 당시 이 같은 뉴스를 보고 듣기도 했지만 내용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다.

 

8년 전 해지한 카드…아직도 텔레마케팅(TM)에 이용 당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은 당시 기준으로 10년 전쯤에 이번에 사고 난 곳 중 한 곳에 신용카드를 가입했고 은행 계좌를 개설했다. 정확히 말하면 계좌를 먼저 개설한 다음 신용카드를 신청했다. 1~2년 후 필요성이 없어서 모두 해지했다.  

 

그런데 해지 8년이 넘었는데 그곳에서 전화가 왔다. OOO씨죠?  일단 본인인지 확인한다. 이번에 조건이 뛰어난  보험 신상품이 나왔다며 가입을 권유한다. 그렇게 좋은 조건이면 자기(전화 발신자)는 가입했는지 궁금하다.

 

어떻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았냐고 물으니, 고객님은 OO카드 회원이며 OOD은행에 계좌가 있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마치 그곳 직원인 양 행세한다. 착각을 유도해 믿음을 담보로 유리하게 상담하려는 의도다.

 

당시엔 그러려니 하고 믿었다. 아니 속았다. 8년 전에 해지했는데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따지니 정보 보관기간이 10년이란다. 일반인은 규정을 잘 알 수 없는 점을 악용한다. 사실이라면 10년은 너무 길지 않은가.

  

이런 전화들은 일정한 틀이 있다. 언제나 수신자가 통화 가능한 환경인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속사포처럼 쏘아대기 일쑤다. 시간은 돈이라는 인식이 머리에 박혀 있어 시(時)테크를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상담 시테크다.     

 

제3자 정보제공 동의의 맹점

 

뒤늦게 알았지만 정보제공에 동의하면, 그 정보는 제3자에게도 제공된다. 제3자에는 대부업체와 항공사, 프랜차이즈 등이 포함된다. 카드사와 은행, 보험사도 공유한다. 창구에서 정보제공 동의의 필요성을 질문하면 대부분 고객님에게 득이 된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설명한다.

 

자, 기억을 되살려보자. 금융기관 창구나 길거리, 크고 작은 유통시설에서 내미는 가입 서류에 깨알만큼이나 적은 글씨로 적힌 약관이나 설명을 꼼꼼히 읽어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두 읽어볼 만한 틈도 안 주고, 읽어보려 하면 눈치를 주고, 읽어도 용어가 얼른 이해되지 않아 대충은 알 수 있어도 깊이 알 수 없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창구 직원 등만 탓할 일은 아니다. 고객이 밀리면 상세히 설명할 틈이 없다. 또 수도 없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설명하다보면 싫증과 짜증이 함께 손잡고 밀려와 습관적으로 설명 시간과 내용을 줄이게 되기 마련이다.

 

내 탓도 있다. 아무리 눈치를 주고, 이해하기 어려워도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대부분 포기한다. 남의 탓만 할 일은 아니다. 여기엔 양시비론적인 측면이 있다.

 

일단 사인을 했으니 이후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불이익과 불편은 모조리 고객인 내가 감수해야 한다. 살면서 허리 라인 아래 말고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 사인과 인감 날인이다. 가입을 받은 측에서는 사인해 놓고 무슨 소리냐는 식으로 나와도 속수무책이다. 신중하게 사인해야 하는 이유다.   

 

카드 재발급 이틀 만에 175만 건 신청

 

다시 카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카드사는 카드 재발급 비용을 받지 않는다며 생색을 낸다. 웃기는 얘기다. 원인제공자가 누구인데?

 

이틀 새 175만 건의 카드 재발급이 신청됐단다. 절차를 밟으려면 번호표를 뽑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 한 보도는 보통 서너 시간이라고 전했다. 그만한 시간을 할애했는데 무료 재발급만으로 보상이 되겠는가?

 

개인정보 유출만으로도 무료이어야 하고, 대기 시간에 대한 보상과 진심 어린 사과는 따로 있어야 한다.

2차 피해에 대한 보상은 기본이다. 

 

고액 연봉을 받는 감독 기관은 2차 피해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사용하지도 않은 해외 결제 문자가 왔다는 고객의 호소를 언론  매체가 보도해도, 그 같은 사례는 평소에도 있던 일이라고 일축한다.

 

연봉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기관이 자기의 소임을 외면하다시피 한 채 불똥을 피해 가려고 한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용두사미는 이제 그만…이번 사태는 관련 기관에게는 신뢰 회복 기회다

 

그들의 연봉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인가. 엘리트 의식에 빠져 군림하려고만 들지 말고 평소에도 있던 사례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번 사태의 희생자가 아닌가 확인해야 마땅하다.

 

수사기관은 2차 피해 방지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른 업무에도 일손이 부족하겠지만, 이번 사태는 경제활동 인구 대부분이 피해자인 만큼 제발 엄포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앞선다.

 

에이미 해결사 검사,  피의자 성희롱 시보검사 등 과거에도 수없이 불미스러운 일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카드 3사도, 감독당국과 기관도, 수사기관도 북소리만 요란하게 울리고 인정받을 만한 성과 없이 물러난다면 누구도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한 결과다. 용두사미는 과거의 사례만으로도 충분하다.

 

왜 피해자가 증거를 입증해야 하나

 

한 언론매체의 보도가 뇌리를 스친다. 쓰지도 않은 결제 금액을 알리는 문자가 해외에서 날아와 해당 카드사에  문의하니 답변이 가관이었다.

 

피해자가 그 시간에 한국에 있었다는 점을 본인이 입증해야 하고, 입증되면 3개월 후에 돈을 되돌려준단다. 고객을 배려해 함께 증거를 수집할 수는 없는가. 꼭 고객이 홀로 해결해야 하나.

 

금융감독원 측이 밝힌 대로 평소에도 종종 있는 사례라면, 해당 카드사에 전담부서나 팀이 있는 게 당연하다. 종종 있는 일이니까 고객을 배려해 오래 전에 만들었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전담부서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 씁쓸하다. 나도 고객이니까 언제 당할지 모르고, 당하면 내가 입증해야 한다. 또 결제 대금을 되돌려주는데 왜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입법권을 손에 쥔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분통이 터져 해외 순방 중에 금융정보 유출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라는 지시를 내렸겠는가.

 

철저한 원인 조사와 대책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정부가 오늘 개인정보 유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한다니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