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집에서 유산균 요구르트 만드는 방법을 보게 되었다. 방법이 매우 간단해 '정말 될까' 하고 의문이 생겼다. 당장 마트로 달려가 요구르트와 우유를 샀다. 식재료는 이 두 가지뿐이다. 이외 준비물은 소주잔과 뚜껑이 있는 유산균 발효용 유리 밀폐용기, 플라스틱 숟가락, 요구르트와 우유를 계량할 유리 또는 플라스틱 용기다(뚜껑 필요 없음).
방송에서 소개한 대로 끓는 물에 우유와 요구르트를 뺀 나머지 모든 준비물(용기)을 뚜껑까지 20분 동안 열탕 소독했다. 적당히 식기를 기다려 소주잔을 이용해 아래의 유리 밀폐용기에 우유 10: 요구르트 1의 비율로 붓고 잘 휘저어 섞었다. 뚜껑을 덮고 24시간 실온에 보관하니 정말 순두부 또는 푸딩 같은 점도를 가진 요구르트가 만들어졌다.
위 사진은 실온 발효 12시간이 지난 뒤의 모습이다. 아직 제대로 발효되지 않아 점성이 약한 편이다. 이렇게 중간 발효 사진은 챙겼는데, 완성 직후 사진을 못 챙겼다. 사실은 처음 만들어 본 것이라 맛이 궁금해 먹기 바빴다.
위 사진은 발효 24시간 뒤 먹고 남은 것을 냉장보관한 유산균 요구르트의 모습인데, 점도가 주로 순두부나 푸딩과 비하지만 때로는 조청 같기도 하다. 이렇게 쉽게 웰빙 푸드를 만들 수 있을 줄 몰랐다. 깜빡하고 바로 사진을 찍지 못해 냉장 보관 이틀 뒤 찍은 사진이다. 거의 다 먹은 상태여서 별로 아름답지 않은 그릇의 바닥이 드러나 사진을 트리밍해 포스팅했다. 밤에 실내에서 찍어 사진이 별로다.
향은 아침 이슬처럼 상큼한데 맛은 밍밍한 편이다. 다섯 차례 만들어 먹고 이 글을 올리지만 맛의 변화는 없고 그저 밍밍하다. 향신료나 조미료를 섞지 않고 만들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자연식이니 섞을 필요도 없다. 맛보다는 건강식으로 생각하고 먹어야 한다. 먹을 때마다 딸기나 블루베리, 피망, 수박 등 과채류 넣으면 맛이 훨씬 좋아질 뿐만 아니라 영양가도 높아진다. 역발상으로 샐러드에 드레싱용으로 사용해도 훌륭하다.
1. 위생: 모든 준비물은 청결해야 한다. 불결하면 유산균이라는 유익균을 섭취하려다 유해균이 들끓는 유산균을 먹게 되어 탈나기 십상이다. 반드시 열탕에서 소독을 해야 하는 게 그 이유다.
2, 용기와 수저: 유리나 플라스틱 재질이어야 한다. 금속 그릇과 수저는 유산균을 죽이고 나무 수저 패인 홈 사이에 유해 곰팡이가 번식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3. 식재료: 저지방 우유는 피하고 일반우유나 멸균우유로 준비한다. 저지방 우유는 잘 뭉쳐지지 않는다. 우유의 지방이 발효를 돕기 때문이다. 요구르트의 경우 xx리스나 xx더스를 준비한다(개당 1200원). 필자는 사과맛 xx리스와 포도맛 xx더스로 만들었는데, 발효 시간 차이는 없지만 향은 사과맛이 좋다(개인적 취향임). 다음엔 딸기맛으로 만들어 봐야겠다.
4. 발효 시간과 장소 및 실온: 방송에서는 햇볕 안 드는 섭씨 20~30도 실온에서 24시간 배양을 권했다. 팁으로 장소는 냉장고 위가 좋다며 은박지 상자에 용기를 넣어 배양하라고 알려줬다. 상온 유지 때문이리라. 냉장고 위에 손을 대보니 차가웠다. 해서 나는 책 택배 박스에 용기를 넣고 방 안에서 발효시켰다.
배양 시간 24시간은 기본일 뿐 계절에 따라 다르다. 일일이 맞추기 어려우니 육안으로 살펴보고 거의 됐다 싶으면 플라스틱 수저로 떠서 점도를 확인하는 게 방법이다. 뚜껑 닫힌 용기를 뒤집었을 때 내용물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적당하다. 발효 시킬 때 뚜껑은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꽉 닫는다.
5. 실패: 핑크색이 돌고 약간 씁쓸한 맛이 나면 헛일한 것이다. 발효냐 부패냐는 온도, 산도, 공기 양, 햇빛 등 다양 한 요인이 있지만 깊이 알지 않아도 무방함. 필자는 위 방법대로 만들어 모두 성공했다.
6. 유통기한: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았으니 매우 짧다. 보통 2~4일 안에 모두 먹었는데, 최장 일주일을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먹어도 탈이 없었다. 혹시 민들 때 갈변이 되더라도 버리지 말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쫀득해져 24시간까지는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다.
7. 티벳버섯 요구르트: 티벳지역에서 나는 버섯으로 만든 요구르트가 아니다. 티벳에서 양젖으로 유산균을 발효시킬 때 그 모양이 둥근 버섯과 비슷하고 몽글몽글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방법으로 서너 번 유산균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으며,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대단한 것인 양 큰소리치며 친구에게 비법(?)을 알려주었다.
바로 다음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얌마, 뭐가 되냐, 그냥 물 같아. 우유가 굳지를 않아. 요구르트는 뭐 웬 요구르트"
난 잘 됐는데 이상했다. "알려준 대로 재료를 사고,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를 열탕하고, 혼합 비율을 지켰냐"고 물어봤다. 그대로 했다며 절차를 설명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유산균과 우유를 섞은 뒤 휘젓지 않았다.
나도 단 한 번을 휘젓지 않고 만들어 보았다. 결과는 마트에서 구입한 우유에 요구르트를 타서 마시는 꼴이었다 . 점도가 우유 그대로다. 우유와 요구르트를 골고루 잘 섞지 않으면 몰려 있는 유산균이 제대로 풀어지지 않아 일부분만 굳거나 아예 물처럼 굳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친구에게 전화로 "야, 이 dog baby야 형아가 잘 섞으라고 했잖여~ 형은 되는데 넌 왜 안되니? 다시 만들어 보라우" 다시 만들어 보았는지, 만들어 보지 않았는지 아직 말이 없어 알 수 없다. 이처럼 간단한 레시피의 웰빙 푸드도 없는데… one na c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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