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공포의 메르스 사태가 2주일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불쑥 튀어나온 메르스 음압병상, 코호트 입원체제, 메르스 전문병원이라는 용어를 정리했다. 언론 보도가 토대다.
메르스는 주로 중동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이라고 부른다. 2012년 9월 알리 모하메드 자키라는 박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발견한 신종 전염병으로, 최초 숙주인 박쥐에서 낙타와 염소 등 가축물에 2차 전염된 뒤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세계 최초 발생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메르스 한국 최초 발생일은 5월 20일이다. 중동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채 귀국한 한 사업가가 첫 확진환자로 밝혀졌고 이후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한국은 특이하게 메르스전염 속도가 빨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유독 한국인만 메르스에 취약하다느니, 메르스 변종 바이러스 가능성이 있다는니 온통 메르스 포비아를 가중 시키는 억측이 나돈다.
이에 걱정되는 점들이 많다. 중국 관광객을 뜻하는 유커의 한국 여행 취소는 이미 몇몇 여행사에서 나타났다. 각국의 한국 여행 취소가 확산되면 숙박업과 요식업, 그리고 화장품 업계, 항공업, 여행업을 중심으로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다. 탸격을 받는 산업과 업종은 이 글의 핵심이 아니므로 상세히 쓰지 않습니다.
이 시간 현재 세계 메르스 발생 국가는 25개 국이다. 400여명이 메르스로 숨져 치사율이 40%대로 알려졌다. 메르스 진앙지인 중동지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메르스 역사는 3년이다. 메르스 발생 3년 동안 미국에서는 지난해 2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을 뿐이다. 그만큼 철저하게 대비한 결과다. 의료계와 학계 덕분이다.
어제(4일)밤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요지는 메르스 의심환자인 한 의사가 전국에서 1500명이 모인 재개발조합 행사에 지난달 30일 참석해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포를 넘어 공황을 부를 수도 있는 발언이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지하철 승객 10명 중 3명은 마스크를 쓴 것 같다. 무더위에 땀이 얼굴과 목에 송송 맺혀도 쓰고 있다. 그만큼 메르스를 두려워한다는 방증이다.
박원순 시장이 거론한 의사가 5일 연합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개발조합 행사에 참석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은 메르스 바이러스 잠복기여서 전파 위험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객관적으로 사실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채 서둘러 발표부터 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메르스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기도 한다.
오늘(5일) 오전에는 박원순 시장 기자회견에 대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반박 기자회견(국내 첫 메르스 치료병원은 경기도 평택 성모병원이라는 내용 포함)이 뒤따랐다. 중앙정부와 대표적 지방정부의 엇박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보다 강력한 메르스 확산 대책과 메르스 진료병원 공개를 요청했다.(5일 글 내용은 5일 추가)
북한도 메르스가 겁나는 모양이다. 연일 메르스 확산 소식을 전하며 메르스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가운데 지난 4일 한국 정부에 메르스 검역 장비의 하나인 열감지 카메라와 북측 근로자들을 위한 메르스 전염 차단용 마스크 지원을 주문했다. 열감지 카메라는 개성공단 출입자의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데 쓰겠단다.
우리 정부는 이번 주 안에 열감지 카메라 3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열감지 카메라는 발열 정도로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장비다. 각종 군사적 위협으로 한국 국민의 공포심을 조장하다가도 아쉬울 땐 손을 내미는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메르스 전염 우려 때문인지 북한은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출전 선수 명단(엔트리·entry) 제출 마감일을 하루 넘긴 4일까지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남북 교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어린이 메르스 환자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메르스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의심환자조차 없다. 물론 공식 통계상으로 그렇다. 국내 메르스 환자는 40대 후반이 압도적으로 많다. 70대는 물론이고 80대도 있다.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왜 어린이 환자는 없을까.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마을 전체가 격리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전북 순창군의 한 마을이 통째로 출입을 통제 당한 것이다. 1차 검진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72세의 여성과 접촉한 마을 주민이 105명이나 되는데다 대상자들 대부분이 고령자라는 이유다.
이 여성은 메르스 최초 확진자와 같은 병동에 있었으며, 마을 안에서 14일 동안이나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여성은 지난달 22일 퇴원 당시 평택의 아들 집에서 지내라는 자가격리 지시를 받았지만 순창군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웃프다. 아직은 대구와 경북에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아서인지 서울 등 수도권에서 피난을 가는 사람들이 서서히 늘고 있단다. 막연한 공포심이 문제다. 그런데 메르스 괴담까지 초래한 보건당국의 비공개 정책이 더 문제다.
4일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 하루 뒤에야 메르스 환자 첫 치료 병원을 발표했다. 평택 성모병원이다. 그 외 병원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병원의 수입만 중요하고 국민의 건강은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국민 건강보다 병원 수입이 더 중요한가 보다.
드디어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지정 메르스 환자 격리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을 5일 방문했다. 한국 메르스 환자 첫 발생일이 지난달 20일이니까 꼭 16일 만이다. 무척이나 바쁘셨나 보다. 이 때문인지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34%로 하락했다. 있어야 할 곳에 대통령이 없다. 아니, 늦게 나타난다.
세월호 때도, 이완구 국무총리 사퇴 때도 그랬다. 한마디 덧붙이면, 중국은 양쯔강 유람선 침몰 당일 리커창 총리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사태 수습을 위해 지휘했다. 세월호 때는 어땠는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외국기업의 한국 투자 중단, 철수, 회수는 아직 없지만 메르스 사태가 급격히 악화 땐 현실화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마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주식시장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내수는 더욱 부진해질 것이고 생산성 저하도 우려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 연속 0%대다. 디플레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수출액보다 수입액 감소가 더 커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국책기관인 KDI에 이어 어제 OECD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3.0%에 머물 것이라는 하향 전망을 내놨다. OECD 전망치는 작년 12월 3.8%에서 7개월 만에 무려 0.8%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KDI는 한술 더 떠 2%대까지 예측했다. KDI가 국책기관임을 감안하면 파격적 전망이다. 이 외에 경제지표도 심각하다.
장기 불황에 국내외 여러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률 하향조정, 그리고 메르스 사태까지 엎친 데 덮친 꼴의 한국 경제, 그야말로 위기의 중앙에 섰다. 풍전등화의 한국 경제다.
음압 병상
기압의 차이를 이용해 공기가 항상 병실 안쪽으로만 들어가도록 설계된 특수 병상. 결핵 등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활용. 하지만 국내에서 신종 전염병 환자 대응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서울의 한 국가지정격리병상 운영 병원조차도 메르스 환자 치료에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
코호트 입원체제
같은 건물 내에서 다른 환자는 모두 옮기고 의료진이 개인보호 장구를 갖춘 가운데 메르스 환자만 진료하는 체제. 코호트 격리 병원 체제라고 표현할 수 있다.
메르스 전문병원
메르스 전염병 치료를 위해 전문병원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고, 국공립 의료기관 중 메르스 전용 병원으로 활용되는 병원. 아직은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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