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발 좀 고칩시다

체크카드 많이 쓰면 신용등급 하락한다니 기막힐 노릇이네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체크카드만 쓰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해괴한 뉴스를 들었다. 어제 저녁 8SBS 뉴스에서 보도한 것이다. 그동안 관련 기관은 신용카드보다 연말 소득공제 등에서 혜택이 크다며 체크카드 사용을 그렇게나 적극적으로 권해 왔다.

 

그래서 신용카드가 있어도 쓰지 않고 체크카드만 쓰거나 아예 체크카드만 사용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폐기하거나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해지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체크카드를 몰아쓰기 위해 부모 명의의 체크카드를 어린 자녀 등 가족에게 사용하라고 주기도 했고, 가족카드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올해 2월이 거의 다 갈 무렵에는 사상 처음으로 체크카드 발급 건수가 신용카드 발급 건수를 앞질렀다는 보도도 있었다. 2013년 말까지 발급된 누적 체크카드 수는 1700만 장, 같은 기간에 신용카드 전체 발급 건수는 1200만 장으로 체크카드가 신용카드보다 500만 장 많다는 내용이다.

 

1999년 체크카드 제도 도입 이후 최초이며 신용카드 전성시대가 저물기 시작하는 징조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곁들인 언론 매체도 있었다. 그만큼 체크카드가 널리 쓰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직불카드는 없어도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처럼 누구나 한 장쯤은 갖고 있을 정도 아닌가.

 

이처럼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누적 발급량의 역전 현상은 알뜰소비 심리와 절제·계획된 소비 심리 확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연말 소득공제 혜택(30%)이 크고, 연회비가 없는 것도 이유다. 또 세제 등 갈수록 신용카드 혜택이 줄고 있는 점도 체크카드로 돌아서게 하는 원인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은 15%에서 33%나 줄어들어 현재 10%에 그친다.

 

신용카드는 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결제되는  외상 시스템’이다. 외상은 후불제와 동일해 사용하는 동안 얼마를 결제했는지 일일이 계산하기가 쉽지 않고 습관적으로 사용해 생각보다 지출이 크기 십상이다. 반면 체크카드는 직불카드와 마찬가지로 계좌의 잔고 범위 내에서만 구매가 가능하기에 건전한 소비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소비자는 과소비를 예방할 수 있고, 은행과 카드회사는 이용대금 연체 부담이 없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카드여서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도 체크카드 증가 요인이다.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율에 따른 환급 금액 차이(연봉 4000만원, 카드 이용금액 1500만원) 

 연도

 소득공제액(카드이용액-총급여액의 25%= 500만원)

 예상 환급액(과표세율 15% 적용)

 비고

 2011년

 신용카드   500만원x20%= 100만원

 체크카드   500만원x25%= 125만원

 100만원x15%= 15만원

 125만원x15%= 19만5000원

 

 2012년

 신용카드   500만원x20%= 100만원

 체크카드   500만원x30%= 150만원

 100만원x15%= 15

 150만원x15%= 22만5000원

 

 2013년

 신용카드   500만원x15%= 75만원

 체크카드   500만원x30%= 150만원

 75만원x15%= 10만5000원

 150만원x15%= 22만5000원

 

 2014년

 신용카드   500만원x10%= 50만원

 체크카드   500만원x30%= 150만원

 50만원x15%= 7만5000원

 150만원x15%= 22만5000원

 

 

또 일부 체크카드의 경우, 개인별 신용도를 살펴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마이너스 대출 방식으로 신용한도를 제공한다. 하지만 신용한도 액수는 그다지 크지 않아 소액이라면 소액이다. 최고 30만 원 한도(기본형)의 신용기능을 갖춘 하이브리드 카드를 저신용자가 발급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체크카드가 늘고 있는 원인이 된다. 하이브리드 카드는 기본형과 신용형으로 나뉘지만 보통 하이브리드 카드 하면 기본형을 말한다. 하이브리드 카드도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체크카드 선호 이유 중 대표적 원인을 꼽으라면 단연 알뜰소비 심리 확산과 소득공제 혜택을 들고 싶다. 장기 불황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조금이라도 더 아끼려는 것이다. 그런데 알뜰소비 심리에 초를 치는 이상한 일이 벌어져 부지기수의 고객들이 날벼락을 맞고 있다.

 

sbs는 이날 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하락했다는 한 주부와 인터뷰를 했는데, 이 주부는 올 들어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해 왔다. 이유를 알아보러 신용평가사를 찾아간 기자에게 회사 측은 이 주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중단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신용점수가 삭감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반년 이상 일정 금액을 사용하면 신용평가 점수에 4~5%의 가산점이 붙지만, 체크카드는 그 비율이 2~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체크카드 사용 고객의 연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신용카드 실적의 반영 비중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체크카드는 카드단말기에 긁는 순간까지 해당 금액이 계좌에 남아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카드여서 은행과 카드회사 측은 연체 부담이 없는 카드인데, 신용카드보다 가점이 낮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체크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더욱이 체크카드는 신용한도가 있어도 그다지 많지 않고, 하이브리드 카드의 경우도 한도가 수십만 원에 불과해 연체 확률이 높다고 치더라도 신용한도가 적어 신용카드에 비하면 개별 연체금 규모가 적을 터인데 가점이 낮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신용평가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면 나의 계좌에 남아 있는 돈을 체크카드로 쓰는데 왜 신용등급이 떨어질까.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고객은 신용대출 금리와 담보대출 금리 상승 등의 상황이 불가피해진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신용등급이 떨어져 예기치 않은 불이익(고금리 적용)을 당한다면 더욱 황당하다. 신용등급이 대폭 떨어지면 대출액 규모와 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더 심한 경우 대출 기간 연장이 어려워지거나 불가해진다.

 

실제로 올 5월 전국은행연합회의 '신용등급별 대출 금리'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1~3등급 대출 금리는 5.7% 수준이지만 7~10등급은 12.15%로 두 배를 넘는다. 다른 은행들도 최소 3%포인트 이상의 금리 차이가 난다. 

 

신용등급 대폭 하락 상태에서는 신규 대출이나 대환대출을 받으려다 거절을 당할 수도 있다.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이자 증가는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부동산 담보가치 저하에 따른 대출금 회수도 상정해봐야 한다.

 

체크카드 이용자들을 물 먹인 건 누구인가. 감독과 지도책임이 있는 당국은 지금 당장 서둘러 해명하고 시정해도 이르지 않다. 이어 이와 같은 맹점을 조속히 알려 카드 이용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