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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2014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박승희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다

 

 

소치 메달 플라자에서 활짝 웃는 박승희. 충격이 가시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환할 수가 있는가. 사진=KBS2 중계화면 캡처.

 

인터뷰 땐 약간 긴장? 소치 메달 플라자에서 가진 인터뷰. 사진=KBS2 중계화면 캡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박승희의 경기를 녹화방송으로 보았다. 누가보아도 어이없고 슬픈 소식, 비보다.

함께 레이스를 펼친 선수의 실수로 박승희의 메달 색깔이 바뀌어 동메달에 그쳤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소치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자신의 성취를 위해 

수많은 날들을 비지땀과 부상의 고통 속에서 보냈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해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당사자에게는 미안한 표현이지만 측은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울컥 화가 치밀었다. 평소에 없던 애국심이 솟구쳤다.

내가 언제부터 남을 배려하고, 애국심이 있었는지, 참 별일이다.

  

박승희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전을 황당하게 마치고 메달 플라자에서 KBS2 측과 인터뷰를 가졌다.

아래 내용처럼 답변한 것으로 기억난다.

 

" (더 좋은 메달을 놓쳐)솔직히 너무 아쉽다"

 

" (트랙에서)넘어진 것은 제 실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 두 번째 일어설 때 빙질이 안 좋은 곳을 밟은 것도 다 제 실력입니다"    

인터뷰 내내 상대 선수에 대한 원망이나 증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박승희가 넘어지는 통한의 순간. 사진=KBS2 중계화면 캡처.

네 탓, 내 탓을 잘도 따지는 우리를, 아니 나를 뒤돌아보았다.

우리는, 아니 나는 내 탓보다는 네 탓이라고 목청을 높이며 산다.

한 술 더 떠 내 탓이 아니고 네 탓뿐이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지 않았을까.

이해와 용서, 양보와 희생은 썩 내키지 않는다. 도덕책에서나 읽어 보았을 뿐이다..

 

박승희 인터뷰를 보았다.

나에게,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하지 않은 이해와 용서, 양보와 희생이 몸에 배어 있다. 

법적인 성년을 넘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이에 이 같은 덕목이 생활화 되어 있다.

 

이해와 용서, 양보와 희생 이 많은 것들 중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나는

이제 겨우 22살의 박승희를 보고 부끄러웠고, 지금도 부끄럽고, 앞으로도 부끄러울 것이다.

그리고 나는 박승희 선수의 노란 헬멧에 적혀 있는 숫자 138번을 아주 오래 기억할 것이다.

 

※ KBS2의 인터뷰 동영상을 못 찾아  네이버에  올려진 SBS의 동영상으로 대신합니다.   인터뷰 동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