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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좀 고칩시다

기자는 몰카, 경찰은 성폭행

어이없는 일들이 꼬리를 문다. 30대 경찰관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고, 기자가 스커트 속을 몰카로 찍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어디 무서워서 연애나 결혼을 하겠는가. 이들은 모두 30대로 알려졌다. 그런데 보도 양상이 맘에 걸린다. 


인터넷에는 <경찰관 성폭행 혐의 체포, 진실은 무엇인가> 식의 낚시성 제목이 넘친다. 최종 판결이 난 것이 아닌데 진실을 가릴 수 있겠는가. 게다가 같은 화면에서 같은 제목과 문장을 반복 사용하고 있으니 분명 <어뷰징>이다.

 

언론 매체가 앞다퉈 자극적으로 보도한 제목은 <경찰관 성폭행 혐의로 체포, 여성 “사건 무마 대가로 1억원 요구” 엇갈린 진술>, <경찰관 성폭행 혐의로 체포 "1억원 요구 거절하자 두 차례 성폭행">, <경찰관 성폭행 혐의로 체포 "성매매한 건 맞지만 금품 요구는 장난">, <경찰관 성폭행 혐의로 체포, 1억원 요구에 2차례 성폭행까지 충격>, <靑 경찰관 성폭행 혐의로 체포, 성매매 단속 빙자해 성폭행> 등이다. 경찰관의 성폭행은 눈길을 끌 만한 제목이다.

 

 

보도 기사를 요약하면,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한 경찰이 채팅앱으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28일체포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연수경찰서는 성매매 단속반을 사칭, 1억원을 요구하고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대 소속 김모(33) 경장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지난 21일 인터넷 채팅 앱을 매개로 만난 여성(33·여)에게 자신을 성매매 단속 경찰관으로 속여 1억원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다. 하지만 이 경찰관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금품 요구는 농담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경찰은 "모텔에서 13만원에 성관계를 했다"면서 "이 여성이 다른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고 여성의 일행이 들이닥쳐 성매매 사실이 발각될까 봐 모텔을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해당 여성은 이 경찰관이 자신을 성매매 단속 경찰관이라고 소개한 뒤 자신의 인적사항을 휴대전화로 녹음 후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1억 원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두 차례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30대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성매매 조건으로 만난 A 경장이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돌연 성매매 단속 경찰관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사건 무마 대가로 1억원을 요구했고 없다고 말하자 두 차례 성폭행 했다”고 밝혔다. 만남의 장소는 모텔이다. 성매매 의도는 분명한 것 같다. 이들은 인천 연수구의 한 모텔에서 만났고 인천 부평구의 한 모텔로 자리를 옮겼고 이곳에서 불상사가 일어났다.

 

불건전한 만남을 주선하는 채팅앱도 문제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경찰괸은 경찰인 것을 확인시키려고 해당 여성을 차에 태우고 인천지방경찰청 정문을 통과하면서 신분증을 보여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요즘 만남을 주선하는 채팅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건전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성매매가 아니더라도 통념상 불건전한 행위가 많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상대방 신원을 알 수 없어 범죄가 일어나도 추적이 쉽지 않다. 가출 청소년의 성매매 수단으로 채팅앱이 이용되기도 하지만 피해를 입어도 속수무책이다. 범법 행위여서 신고조차 어렵다. 신고를 꺼리는 점을 악용한 범죄도 많아 보인다.   
 

구글링을 해보니, 2000년 11월 방송인 겸, 개그맨, 사업가인 주병진 씨가 서울 이태원에서 한 여대생을 성추행했다는 루머가 <주병진 성폭행 사건 루머>라는 제하로 위키백과에 올라 있다. 위키백과를 그대로 인용하면, 재학 중인 여대에서 제적 당한  한 여대생 강 모는 당시 술집 종업원이었으며, 방송인 주병진씨가 자신을 벤츠 승용차 안에서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면서 고소.

 

주병진씨는 이 여성의 신고 당일인 20일 경찰에 자진 출두해 '합의 하에 가진 성관계'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주 씨를 전격 구속했고, 검찰도 11월 24일 주 씨를 구속했음, 주 씨는 같은 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남. 주 씨는 8개월 동안의 법정 다툼 끝에 2002년 7월 성폭행 루머가 무고임을 판결 받음. 

 

합의금 건넨 게 자기 무덤 판 꼴이 되다

 

이 과정에서 주병진 씨가 여대생에게 합의금 2억원가량을 준 것이 유죄의 정황(성폭행 인정으로 간주)으로 인정돼  2001년 3월 법원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주병진씨가 사실을 밝히기보다 이미지를 중시한 해 돈을 건넨 게 실수로 보임. 이 여성은 그 돈으로 이탈리아제 명품가방 등을 사는데 탕진한 것까지 드러났음.

 

성관계를 가진 상대 여성이 여대생이 아니고 서울 강남구 룸살롱 종업원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병진 씨는 항소했고 첫 구형을 내린 검사도 제소당했다. 무죄 판결을 받은 주병진씨는 2002년 7월 자신을 고소한 여성을 비롯해 방송사 PD, 잡지사 기자 의사, 경찰관 등 8명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성추행, 성폭력 사건은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제소한 여성에게 유리한 측면이 없지 않아

 

주병진씨는 고소장에서 "수사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고소인 강씨 말만 믿고 언론등이 본인을 성폭행범으로 몰아 세우는 바람에 명예가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 그리고 12월 6일 자신을 고소한 여성과 당시 이를 보도한 모 방송사 등 4개 언론사와 취재기자 등을 상대로 모두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이에 대해 2003년 7월 법원은 "A주간신문과 당시 소속 기자는 5천만원을,온라인 뉴스 제공업자 임모씨는 1천만원을 주병진에게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 주병진을 고소한 여성은 2003년 6월 지명수배되었음.

 

최종 소송 끝에 2007년 6월 대법원 2부는 자신을 고소했던 여성 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 재판부는 “강씨가 합의금을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한 일련의 행위로 인해 주씨가 큰 정신적 고통을 받은 만큼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 이와 함께 재판부는 당시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 훼손을 인정해 주간지·월간지 등 3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주병진의 손을 들어줘 9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선고.

 

여론마저 뭇매, 무죄 선고도 소용없이 한 사람의 인생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사건 마무리 후 주병진 씨는 진실을 주장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하소연. 법은 3심까지 있어 기회가 있지만 인터넷의 글들은 1심, 2심, 3심 없이 즉각 판결이 내려지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고도 밝힘. 무죄 선고를 받으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걸로 생각했는데 무죄 선고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계속됐다고도 털어놓았다.  주병진 씨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는 무려 12년이 걸렸다. 그동안 자살할 생각도 해봤으며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주병진 스토리>를 늘어놓은 이유는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보통시민이든 추악한 스캔들에 휘말리면 타격이 엄청나다는 점 때문이다.

 

고소를 당한 2000년은 주 씨의 사업이 전성기를 누리던 때였는 무죄 확정 판결은 2012년에 내려졌다. 12년 간 잃은 것이 한두 가지에 그치겠느냐는 것이다. 잘 나가던 그의 언더웨어 사업, 요즘 그 브랜드가 눈에 띄지 않는다. 자살 일보 전 까지 간 사람이 사업을 제대로 꾸려 나갈 수 있었겠는가?  멘붕까지 다달았을 정신적 고통은 무엇에 비하랴.

 

참고로 성매매알선 행위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

1.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2. 7조 제3항을 위반한 사람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