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며,살아가며..

학교 앞 문방구가 사라져가는 이유

학용품을 도매로 파는 문구점을 조그맣게 하는 친구가 있다. 예전엔 문구 도매로 아이들을 교육 시키며 그럭저럭 또는 비교적 여유롭게 살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엄청 힘들어졌단다. 서울시에서 학생들의 학용품을 대부분 지원해주는 바람에 매출이 뚝 떨어져서다.   

 

학용품이 학생들에게 무료로 지원되니 영세 문방구들은 설 자리가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학용품 무료 지원으로 학교 앞 문방구점들이 오래 전에 직격탄을 맞았다. 누적 적자에 허덕이다 하나 둘씩 폐업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정문 앞에 문구점이 하나도 없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전에는 학교 앞마다 문구점들이 두어 개씩은 있었다.   

 

학교 앞 문방구점들은 대부분 영세해 매장 안쪽에 살림방이 있었다. 학용품 매장이 직장이자 집이다. 직주 근접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이들은 자그마한 타격에도 크게 휘청거리다 쓰러져(폐업) 나갔다. 매상이 반 토막도 더 나니 견딜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학교 앞 문구점들의 셀 수도 없이 많은 도산은 문구 도매상들에게도 경제적 타격과 눈물을 안겨주었다. 장사가 안 되는 학교 앞 문구 소매상들이 도매상을 찾아가는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었고, 지금은 도매상도 크든 작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마트에서 학용품을 낱개로 팔지 못하게 되면 영세 문방구가 회생할까?

 

친구의 얘기를 빌리면, 오세훈 서울시장 때부터 학생들에게 학용품이 지원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 영세 학용품 도매상들이 자구책으로 학교에 납품을 하려 해도 자격 요건이 걸림돌이란다.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영세 문구 도매상으로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단다. 결국 대형 납품(문구)업자만 배를 불린단다.  때로는 언더테이블 머니가 오가기도 한단다.

 

이달 22일 문구소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대형마트에서 연필, 연습장, 지우개, 종합장, 문구용 풀, 물감, 일반색종이, 스케치북과 같은 초등학생용 학용문구 18개 품목은 낱개로는 팔 수 없고, 묶음 판매만 가능해진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란?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할 목적으로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특정 업종을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제도. 2011년에 처음 도입돼 현재까지 72개 품목이 지정돼 있다. 지정 기간은 3년이다.  

          

품목별 묶음 규모 및 시행 시기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전국학용문구협동조합과 대형마트 3개사가 협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영세 문구상들에게 자그마한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조치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