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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에서 생긴 일들

이직한 아이들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저리다

얘들아, 폐간은 나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단다

 

올해 7월 초순 회사에 변고(?)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다. 글쓴이는 미처 보지 못하고 사무실로 들어왔지만 회사 출입구에 느닷없이 폐간을 알리는 '방'이 붙었다는 것이다. 당장 하루인가 이틀 뒤부터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불상사다. 밴드로도 공지가 되었고, 그 내용을 출력해 아이들이 보여주었다. 

         

글쓴이가 지휘하고 있는 부서의 직원들은 크게 동요했고, 회사에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했다. 최소한 구직활동을 벌일 시간을 주었어야 했다며 격분했다. 이들의 대부분이 당일 사표를 쓴 사실을 최근 회사 컴퓨터를 검색하다 뒤늦게 알았다. 한 부원에게 물어보니 '나도, 나도'하는 식으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왜 마음이 아플까?

-  직장생활 경험 부족으로 오너의 '양동작전'을 헤아리지 못한 직원들이 이직했다.

-   이직하며 급여에서 수평 이동을 했다. 월 10만원 정도 더 받고 간 직원도 있다.

-   월 10만원과 기존 직장의 기득권을 바꿨다. 

-  낯선 새 직장에서 자리잡기까지 불편함과 때로 감수해야 할 불이익이 크다(경력이 일천해 어딜가든 졸병 신세).

 

가장 슬픈 건 이직한 아이들이 어려서 오너의 속내를 캐치하지 못한 점이다. 간파했다면 이직하지 않았을 것이다.이 대목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한다. 사실 사업가들은 사업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시기에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사업을 접겠다'고 푸념을 한다. 우리 회사 오너도 그런 축에 들어가지만 당시에 실제로 사업을 접을 생각은 없었다는 것을 글쓴이는 안다. 

 

당일 부하 직원들의 요구대로 회의를 했다. 근데 직속 상사인 나와 상의할 줄로 예상했는데, 대부분 그 짧은 시간에 이미 퇴사를 결심했고, 근무하면서 구직활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분위기에 휩쓸린데다 아이들 간 자존심도 적잖게 작용한 것 같다. 나머지 직원들은 남겠다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일로 인원은 반 토막 났다.

 

그들이 떠난 이유는

- 고용 안정이 안돼 불안하다. 똑같은 상황(예고 없는 폐간 공지)이 언제 재발될지 모른다.

- 사원들을 배려하지 않았다.

- 인격을 무시 당했다.

 

사실 우리 회사 재정 상황은 좋지 않은 편이다. 불경기로 많은 회사들, 특히 동종 업체들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고육책으로 양동작전 카드를 내밀었겠지만 오너에게도 잘못이 있다. 방을 독단적으로 붙이기 전에 속일 대상만 속아넘어가도록 묘안을 짜야했다. 엉뚱한 곳에 불똥이 튄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남아서 나를 도와주고 있는 아이들도 회사에 대한 섭섭한 마음은 여전하다. 두 달 간 지켜보는 중인데 회사가 변하지 않아서다. '방'이 붙은 이후 이제껏 대표가 점심 한 번 샀을 뿐이다.

 

그것도 아이들이 "사람을 구할 때까지만 있겠다"는 글쓴이의 전언을 듣고나서다. 이외에는 아무도 격려, 위로라도 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점심 대화도 회사가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니 내년까지 인내하자는 요구뿐이고 대우에 대한 언질은 없었다. 이래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 '희생'만 주문하는 꼴이니.  

  

남아있는 아이들도 떠나려는 이유는

- 고용이 불안하다.

- 업무량 과부하로 일이 빡세졌다.

- 급여가 적다.

- 비전이 없다

- 변한 점이 없다.

 

아무튼 머릿수가 반토막 난 뒤 업무량에 과부하가 걸렸다. 남은 자들이 고통스럽게 일하고 있어도 회사 측은 무관심히다.  나도 거취를 고민 중이다. 아이들이 반으로 줄어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바라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PS 폐간 소동은 '방'이 붙은 당일 번복되었다. 역시 양동계략이었다. 그런데 안도할 줄 알았던 아이들이 더욱 분노했다. 하루에 두 번이나 농락 당했다는 기류였다.

 

양동계략인줄 모르는 아이들이 사실로 받아들여 설득할 논리가 없었다는 점이 지금도 안타까울 뿐이다. 감정이 격해져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지면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법이다.  지금은 새 회사에 많이 적응했겠지만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까? 왜 있을 때 잘해주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