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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에서 생긴 일들

얘들아, 불만없는 직장은 없단다

이름만 대면 아는 메이저 리그급 회사에서만 근무하다가 '휴식 기간(?)'을 거쳐 먼저 회사의 한 부서보다도 총원이 적은 마이너 리그급 회사의 임원으로 온 지 10개월째다. 이곳은 총원뿐 아니라 역량도 뒤진다.

 

모든 게 '엉망'에 가깝고 1인 2~3역을 해야 하는 악조건이다. 구성원들의 애사심, 충성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성실한 근무 자세도 주문하기 어렵다. 구성원들이 평생 직장 개념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점핑(좋은 대우를 받고 이직)' 기회만 노리고 있다. 회사가 번듯하지 못한데서 비롯되는 이 같은 문제점을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꽤 괜찮은 직장에서만 근무했었으니까.

 

짜임새가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의 차이 

 

비교 대상이 적절하지 않지만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차, 구글코리아처럼 동종 업계 1위 기업의 임직원과 같은 자부심이나 충성심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작은 회사와 큰 회사, 견실한 회사와 비견실 회사, 사원들이 미래가 있다고 전망하는 회사와 미래가 암을하다고 보는 회사의 차이를 처음에는 전혀 몰랐다. 누구나 회사는 그냥 평생직장으로 여기는 줄로만 알았었다.   

 

이들은 근무 여건이 조금이라도 나은 곳이면 뒤 한 번 안 돌아 보고 미련없이 이직한다. 적은 돈(10만~20만원)이나마 더 받을 수 있고 새 직장과 집이 가까우면 보따리를 싼다. 그동안 다진 기득권(?)쯤은 헌 신발만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가볍게 등을 돌리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새로운 직장을 속속들이 알고 가는 것이 아니어서다. 알 수도 없지만…

 

직종에 대한 자부심도 없다. 그저 일이 편해지고 월급이 오르기를 바랄 뿐이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비췄다. 의리? 배려? 남은 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웬 개뿔~ 

 

당장의 푼돈에 눈멀지 말고 몸값 높이는 방법을 찾아 실천해보렴

  

얘들아, 불만 없는 직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단다. 10만~20만원, 그건 푼돈이란다. 편한 직장치고 배울 게 많은 곳이 얼마나 있겠니. 그런 곳에 오래 머물다보면 몸값 정체는 물론이고, 인플레까지 감안하면 금여를 삭감 당하는 꼴이 된단다. 제발 푼돈에 눈멀지 말고 몸값 높이는 방법을 찾아 꼭 실천해보려무나. 지금은 10만~20만원 급여가 적어도 몸값을 높이면 단숨에 보상 받을 수 있단다.

 

오너도 수없이 겪어서인지 떠나는 사람을 애써 잡으려는 의지가 안 보인다. 오너에게는 회사에 있어야 할 사람, 없어야 할 사람, 있어도 없어도 좋은 사람을 가려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오너가 박사라도 사람을 보는 눈이 없으면 눈먼 봉사나 마찬가지다. 오너가 '간신(배)'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편애하는 조직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푼돈과 바꾼 자존심, 그건 도약이 아니란다 

 

애사심과 충성심은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다. 회사가 구성원을 배려하고, 구성원이 회사의 비전을 밝게 보고, 직업(종)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면 급여가 많지 않아도 저절로 우러나온다. 등을 떼밀어도 사직서를 쓰지 않는다. 오히려 낙오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직은 신중해야 한다. 회사의 미래와 자신의 위치·미래가 비관적이어서 떠나는 것이겠지만, 푼돈 더 받고 같은 레벨의 회사로 가면 또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본인들이 그 푼돈에 자신을 팔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점핑'을 했다고 보는 게 문제다. 이직이 습관이 되면 어느 회사에서든 오래 근무할 수 없어 진급이나 봉급 협상에서 불리하다. 1~2년씩 일하고 이직한다면 불리한 게 아니고 불가능하다.

 

어느 오너가 자주 이직한 흔적이 있는 이력서를 보고 달가워하겠는가. 당장 아쉬우니까 채용하는 것임을 캐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채용하는 오너가 길어야 1년짜리로 여기는데 더 좋은 대우를 해줄 리가 만무하다. '잘해줘봤자 헛거'라는 경험도 있을 것이다. 푼돈 때문에 결국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꼴은 피해야 한다.    

 

애정을 쏟은 만큼 가슴이 아리다 

   

이들의 행태가 한편으로는 이해되지만 안타깝기 그지없다. 잦은 이직은 그간 재직한 변변치 못한 기업에서 터득한, 습관화된 나름대로의 생존 노하우겠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결국은 마이너스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자주 회사를 옮기는 사원을 고운 눈으로 보는 오너는 분명히 없다. 따라서 개인적인 대우 개선은 요원할 뿐이다.

 

개중에  성실하게 일했는데 알아주는 이 하나 없고, 반대급부도 없고, 대우가 되레 악화돼 심한 배신감을 맛본 끝에 이직을 결정한 결과라면 예외다. 그래도 잦아서는 안 된다. 어느 직장에서든 만족하지 못하면 평생 만족하지 못한 채 떠돌이 직장생활을 하기 십상이다. 

 

회사에 불만을 갖고 있는 직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자신은 회사를 위해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지? 또 사원들의 불만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오너들에게도 묻고 싶다. 자신은 사원들을 위해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지?    

 

이글은 마이너 리그급 회사의 사원들을 비하하려는 게 아니다. 회사를 떠난 부하 직원들에게 그동안 몸값을 높여주려고 크든 작든 애정을 쏟았지만 실패한 글쓴이의 쓰라린 경험을 밝힌 것이다. 규모가 적더라도 똘똘 뭉쳐 파이팅을 외치는 곳도 수두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