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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에서 생긴 일들

구직활동을 근무하면서 하겠다는 부원들

올 7월 초순 글쓴이 회사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 우리 부서 직원 몇몇이 이직했다. <이직한 사연 보기>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지만 이직 결심 전 누구도 상사인 글쓴이와 한마디 상의조차 없었는데, 계속 근무하면서 새 직장을 구해서 나가겠다고 반수가 회의 중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런C. 

 

A야, 집시도 둥지를 그렇게  자주 옮기지 않는 법이란다

 

더욱 어이없는 건 다른 회사에 자리를 구해 퇴사(?)하려던 A를 글쓴이가 설득해 일주일 유급 휴가를 주는 등의 좋은 조건(다른 직원들에게 알려질 수도 있어 내용 생략)으로 붙잡았는데, 그가 나가겠다는 것이다. 컴백(?)한 지 약 열흘 만이다. 결국 주저앉은 지 한 달에도 못 미치는 28일 만에 새 직장을 구해 나갔다. 무슨 집시도 아니고 참…

 

A의 결정이 부서에 미치는 파급력이 컸다. 어린 막내 사원까지 "선배들의 뜻을 따르겠다"며 동요했다. 지금 막내는 남아 열심히 노력하며 배우고 있다. 우리 분야는 특수전문직(?)이라 바닥이 그다지 넓지 않다. 아니 좁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서울이라면 웬만하면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 위의 아이가 가려던 곳도 안다. 데려가려던 국장이 글쓴이 후배다. 

 

뒤늦게 깨달은 A의 가벼움 그리고 사람을 곧잘 믿는 나의 불찰

 

지금 생각하니, A는 글쓴이 설득으로 저쪽 회사 출근 약속일 하루 전 우리 회사에 남아있기로 결정했고, 데려가려던 국장에게 출근 약속일 당일에 '불가' 통보를 일방적으로 전한 것으로 기억난다. 이때 A의 '가벼움'과 '신의 없음'을 간파했어야 했는데 사람을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 글쓴이의 불찰이었다. 이번 일로 인생 공부를 깊이 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는 고맙기도 하다. 앞으론 예전처럼 사람을 쉽게 믿으려 하지 못할 것 같다.

 

저쪽 국장은 날벼락을 맞았고, 회사에서도 체면을 확 구겼을 것이다. 글쓴이하고 서로 아는 사이에 사람을 빼가려 했으니 당해도 별로 미안하지 않다. 알고보니 이번에 우리 부서원 두 명에게 거의 동시에 이직을 제안했고, 글쓴이가 몰랐던 그 전 제안까지 합치면 세 명이다. 타 부서원 한 명은 현재 그 곳에서 근무 중이다.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는 말이 예뻐서 키워주고 싶었다

  

본인 말대로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A가 떠나고 나서도 최근에야 신의 없음을 깨달았지만 그런 A를 붙잡으려고 오너에게 양해를 구하느라 체면 내던지고 아양까지 떨었다. "저는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라는 말에 꼿혀서일까? 그때 정신자세가 참 예뻐보여 제대로 가르쳐 키워주려고 했다. 하지만 듣기 좋은 빈말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빈말' 부분은 추후 따로 씁니다.   

 

부서원들의 근무 중 구직 활동 선언이 글쓴이가 관리하는 부서원 회의 중에 나와 회사 전체에는 알려지지 않은 걸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나는 어떤 형의 인간일까?  당시엔 아이들이 안쓰러워 아무말도 못했는데 글쓴이가 묵인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중이 절간이 싫으면 조용히 떠나던가, 상사인 글쓴이에게 동의를 구한 뒤 구직활동을 하는게 도리다. 구직 활동을 펼치는 동안에게도 월급은 계산된다. 그 기간의 급여를 받지 않겠다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었다. 구직 활동 기간 중에도 실망한 회사에서 월급을 받겠다는 건 무슨 심보인가. 각자의 자존심이 허락하는 일인가. 이기심이 자존심을 가려준 것인가. 글쓴이는 회사 편이 아니다, 경우가 그렇다는 거다. 

 

근무 중 오후 4시까지 면접을 보러 가야한다는 E와 그를 돕는 A 의 행동에 억장이 무너졌다

 

글쓴이는 그래도 출근 시간을 조금 늦추거나 퇴근을 조금 빨리 하면서 구직 활동을 할 줄 알았다. 이직 선언한 지 한 일주일쯤 흘렀을까, E라는 아이가 오후 4시까지 면접을 보러가겠단다. 그것도 A를 통한 전언이다. 그 바쁜 시간에 면접을 보러간다니…

 

더욱 기가 찼던 건 A의 행동이다. E가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니 E의 일에 대한 데스킹을 재촉하는 것이다. A도 이직을 선언한 터라 자신의 면접 시를 대비한 행동이었을까? 아무 생각없는 행동이었을까?

 

아무튼 E는 면접일 다음날 합격 통보를 받았고, 경력이 일천한 E가  단번에 합격하자 나머지 이직 희망자들이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였다. E가 가는 직장은 행정기관의 지원을 받는 곳이다. 월 6~7만원을 더 받고, 3개월인가 6개월 뒤 재조정하기로 했단다. 

 

E는 끝내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말은 남기지 않고 떠나갔다

 

 E가 떠나기 하루 전 날 치맥으로 환송(?) 자리를 마련하려 했는데, 부서원들이 원한다는 저녁 식사로 대신했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A의 의견이었다.  가증스러운 놈.              

 

E는 떠나는 날 퇴근시간까지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다가가 "그동안 수고했다. 고생 많았다"고 말을 건넸다. E는 다만 그동안 많이 배웠다는 말은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