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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억울한 상식/신조어/유행어

케바케에 숨겨진 젊은이들의 파격 세태

오늘 모TV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케바케>라는 말을 난생 처음 들었다. 글쓴이로서는 신조어나 신세계에 접한 것이나 마찬가지. 서울 시내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남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공개 문답을 원격 현장 중계했는데 수십 명의 대학생들이 케바케라는 말을 모두 알고 있는 듯 했다. 나만 외계인???

 

"남친의 친구가 나를 유혹한다면?" 질문에 전국에 방영될 것에 아랑곳없이 "케바케"라는 여대생 

 

케바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by-case)의 이니셜 조합이다. 형용사로는 '개별적인, 한 건 한 건의, 사항별의' 뜻으로 쓰이지만 이들 사이에서는 <원칙 없이 그때 그때 달라요>나 <무원칙으로 경우에 따라 다름>처럼 소통된다. 케바케가 낯선 이들에게는 신조어지만 그들에게는 유행어와 다름없다.

 

MC가 한 여대생에게 "애인의 친구가 나를 유혹한다면?"이라고 물으니 이 여대생은 "케바케"라고 대답했고, 순간 주변 남녀 대학생들이 동시에 까르르(?) 웃었다.

 

그런데 이 학생들 참으로 놀랍다. 누가 봐도 모범생 같고 예쁜 한 여대생은 술 마시고 남친에게 먼저 키스했다고 서슴없이 방송에 공개했다. 발 없는 전파를 타고 전국 방방곳곳으로 퍼져 나간다는 것을 알텐데, 정말 대담무쌍하다.  이시간에 벌써 '인터넷 참새'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첫 데이트 날 키스 등의 스킨십을 하고, 일부는 일주일 안에 성관계까지 맺었다는 응답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그다지 오래 전은 아니지만)의 한 설문조사에서 빠르면 소개팅 첫날 또는 길거리 헌팅(길팅) 당한 날, 첫 데이트 날 키스 등의 스킨십을 하고, 일부는 일주일 안에 성관계까지 맺었다는 응답이 떠올라서다. 비율은 잊어버려 아쉽다.

 

이 조사는 직장인과 학생 등 20~30대의 보통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어서 더욱 놀랍다. 나이트클럽 출입 남녀 등 껌 꽤나 씹거나 좀 논다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멘붕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안이 벙벙하다.

 

그들과 동시대에 살면서 나름 나 자신을 개방적이라고 평가했는데, 간혹 '나만 외계에서 살다가 내려왔나'라는 의문이 생김을 어쩌랴. 

 


이 글은 13년 11월 29일 다른 곳에 올렸던 것을 가져온 것입니다. 잎으로도 종종 가져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