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어지럽다. 현역 국회의원이 보험 설계사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언론이 처음 지목한 대로 <새누리당 경북지역 초선의원>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박명재·심학봉·이완영·김종태 의원이 나온다. 최초 보도 <경북 초선 S의원>이 맞는다면 심학봉 의원을 지명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라는 설도 있어 다시 추적해보니 권은희(대구 북갑)·강은희(비례대표)· 심학봉(경북 구미갑) 등 3명이다. 권은희와 강은희 의원은 여성 의원이니 일단 혐의를 둘 수 없고 경북이 연고인 심학봉 의원만 남는다.
박희태 전 의원 캐디 성추행 뉴스에 이어 최근에 내로라하는유명 인사로는 충남도 교육감을 지낸 ‘집밥 백선생·마리텔’의 주인공 백종원의 아버지(백승탁 씨) 캐디 성추행 사건이 있었는데, 이번에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아닌 성폭력 사건이어서 메가톤급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엔 치명적이다.
심학봉 의원 성폭행 의혹 사건 개요는 이렇다. 지난달인 7월 12일 밤 심학봉 의원이 수차례(일부 보도는 10여 차례) 전화를 걸어 호텔로 여성 보험설계사(48)를 불렀지만 설계사가 거부했고, 이튿날인 7월 13일 심 의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설계사가 대낮에 대구시 수성구에 위치한 특급호텔로 간다.
이 자리에서 심 의원이 설계사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성관계를 했다는 게 설계사의 주장이다. 운우지정을 나눈 심 의원이 30만원을 자신의 가방에 찔러 넣어주고 먼저 호텔 문을 나섰고 이후 소식이 끊겼다고 덧붙였다.
강제로 당한 성폭행이든, 보험 계약을 기대한 성상납이든, 화간이든 설계사 주장대로 라면 잠자리를 갖자마자 연락이 끊겼으니 설계사의 기분은 더러웠을 것이다. 억울함, 실망감, 배신감 등등…
결국 7월 24일 이 설계사는 성추행 혐의로 심학봉 의원을 경찰에 고소했다. 심학봉 의원 성폭행 주장과 고소일 사이에 11일의 공백이 남는다. 성폭행 당일에서 고소일까지 거의 2주일 걸렸다는 얘기다.
아래는 심학봉 의원이 2013년 2월 27일 아동 성폭력에 대해 트위터에 남긴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 여성 보험설계사는 11일 간의 공백 기간에 심 의원을 만난 뒤 7월 27일과 31일 경찰 진술에서는 <서로 좋아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식으로 진술 내용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간이 아니고 화간>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셈이다. 이들 사이에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혹시 은밀한 거래? 수천만원 거래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상이 심학봉 의원 성폭행 의혹 사건 요약이다.
사실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 특히 남녀 간의 벌어진 성관계는 본인들이 진상을 밝히지 않는 한 속속들이 알 수 없는데다, 법원의 판결 전이어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성폭력으로 결론이 지어지면 국회의원 배지는 떼야한다. 화간이라도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해 내년 총선은 출마조차 기약하기 어렵고, 단순 성매매라도 처벌은 피할 수 없다. 경찰은 호텔 CCTV를 통해 두 사람이 투숙한 사실을 확인했고, 설계사는 이날 약 40분 간 이 호텔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심학봉 의원과 설계사의 성관계 장소가 대구여서인지 한동안 대구시 초선의원들이 누리꾼들의 사이버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초 성폭행 신고를 접수한 것도 대구지역 경찰이다. 심학봉 의원 나이는, 1961년 4월생이니까 올해 55세다. 설계사는 48세.
어쨌든 대낮에 부부가 아닌 중년의 남녀가 호텔 방에 같이 머물렀다는 것만으로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고, 이들의 행동은 일부 일그러진 중년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참고로 성매매알선 행위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에는
1.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2. 제7조 제3항을 위반한 사람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구의 조선일보>로 불리며 대구에서 발행되는 <매일신문>이 심학봉 의원의 실명을 밝힌 채 보도하고 있어 지역을 중심으로 한 파급력이 매우 클 것이다. 전국 확산 속도도 번개 같을 것이고.
한 언론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피해 여성이 성폭행 신고를 한 뒤 1차 조사 때와 달리 2·3차 조사 때는 강압에 의한 성폭행이 아니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며 "성폭행에서 가장 중요한 피해자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무혐의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전했다. <무혐의> 운운은 심 의원이 현역 TK , 특히 구미지역구 국회의원임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러나 심 의원은 성폭행 여부를 떠나 보험설계사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학봉 의원 학력은 지방 공고를 거쳐 지방 국립대에서 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미주리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력으로만 보면 공고를 나와 대도약을 했다. 초선 의원으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 원내부대표 자리에까지 오른 것도 이례적이어서 역시 대도약이다. 이 글을 마지막까지 읽으면 행간에 까닭이 숨어 있다.
이 부분은 해당 학교의 명예 실추를 우려해 애초엔 밝히지 않았었지만, 이미 수많은 언론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데다가 글쓴이 블로그의 유입 키워드와 유입 로그에 <심학봉 의원 학력>이 적잖아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추가한 것이다. 심학봉 의원의 학력은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1978~1981)→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1981~1988)→ 미주리주립대학교 대학원경제학 석사(1995~1997)다.
심 의원 성폭력 의혹 기사는 <아시아일보>가 심학봉 의원 지역구인 경북 구미의 지역신문인 <구미IT뉴스> 보도를 인용해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의원 지역구인 구미에 위치한 구미IT뉴스의 언론관은 본받을 만하다. 많은 지역지들이 자기 지역 국회의원의 흠을 건드리지 않으려 하는 게 관례여서다.
아직 심학봉 의원의 공식 해명은 없는 상태. 그가 소속된 새누리당에서는 의혹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당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어 진상 규명에 나서는 한편 대책을 마련에 노심초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이번 심학봉 의원 성폭행과 관련, 악화된 여론이 새누리당으로 화살을 돌리면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빠른 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당내 일각에서는 출당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새누리당이 진상조사를 한답시고 물타기 또는 꼬리자르기를 시도하다가는 큰 코 다칠 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폭력 의혹에 대해 심 의원 측은 2일 "절대 사실이 아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심 의원 측은 "전혀 폭행은 없었고, 사실과 다르며 진실을 밝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추측컨대,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행은 없었다는 말로 들린다. 성폭행이 아니라면 화간? 또는 여자의 변심?
여자는 무시 당했거나 상대 남성이 더 이상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남성보다 훨씬 변심(일종의 복수심 포함)이 빨라 의외의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했던가?
대구와 구미 등지의 정치권에서는 심 의원이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어려워져 구미의 내년 총선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심 의원의 낙마를 기정사실화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박 대통령 방미 길에 동행해 어린 여성 인턴 엉덩이 터치 혐의 윤창중 사건, 여기자 허벅지 성추행 사건, 친인척 성폭행 사건, 여기자 강제 백허그, 캐디 가슴 터치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 가뜩이나 잦은 성추문 연루 사건으로 성누리당으로 불려 곤혹스러운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발생한 최악의 사건에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특히 심 의원이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를 지역구로 하는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여당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는 게 중론이다.
초선인 심학봉 의원은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 14일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95회 탄신제>에서 “금오산에는 두 명의 대통령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며 박근혜 후보 지지를 적극 호소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됐으나, 대법이 사건을 파기환송함에 따라 기사회생한 바가 있다.
국회의원도 사람인지라 묵언 수행하며 도만 닦으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들도 필름이 끊길 만큼 술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을 새벽까지 듣고, 구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비듬 있고, 때 끼고, 여행 가고, 골프 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구 끼고, 화나면 마구 쌍욕도, 멱살잡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일컬어지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이번 처사는 도를 넘었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심했다.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대낮에 유부남이 유부녀와 함께 모텔 룸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경찰의 조사 결과와 검찰, 법원의 판결이 궁금해진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를 지역구로 한 국회의원, 그리고 그의 딸이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은 절대 참작하지 말아야 한다.
심학봉 의원이 설계사와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던 7월 13일 새누리당은 심 의원을 새누리당 경북도당 윤리위원장으로 임명(중앙일보 8월 4일字 3면 top)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외에도 심 의원은 현재 국회 운영위원과 미방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위원, 예결위원도 겸하고 있다.
문제는 공인으로서의 처신이다. 국회의원은 남다른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자리다, 새누리당 경북도당 윤리위원장 심학봉 의원은 윤리적 문제로 지탄을 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윤리위원장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배나무 밑에선 갓 끈을 고쳐 매서는 안되는 게 공직자의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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