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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추석 장사씨름대회 안전불감증

 

 

추석 연휴 둘째 날인 7일 추석 장사씨름대회를 보고 있는데 한 선수가 경기 중 갑자기 부상을 당했다.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신음소리가 중계석 마이크를 타고 시청자들에게까지 전해졌다. 씨름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한 순간에 온힘을 쏟아 부을 때가 많아 그만큼 부상을 크게 입을 가능성이 놓은 스포츠다.

 

그런데 고통을 이기지 못해 쓰러져 몸부림치는 이 선수를 장외로 옮기는 장면을 보고 열린 입이 닫히지 않았다. 심판이 잠시 부상 상태를 살피는 듯한 순간 흰색 가운을 입은 누군가가 화면에 잠시 나타났고 이어 붉은 티셔츠를 입은 두 사람이 선수를 일으켜 세우더니 그 중 한사람이 들쳐 업고 장외로 나갔다. 이 모든 것이 아주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 의료진의 진단도, 관계자끼리의 상의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업고 나갔을 뿐이었다. 으레 그렇게 해 왔다는 듯이.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글쓴이 상식으로는 이런 경우 골절이나 인대가 늘어난 상황도 가정해 환자(선수)를 들것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이동 시켜야 하는데 그냥 업고 나가버렸다. 업힌 선수의 부상 당한 다리가 덜렁거렸다. 그런 방식으로 옮기는 도중 부상 악화의 위험성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의 비명이면 의료진이 달려 나와 부상의 정도를 진단하고 후속 안전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운동선수는 몸이 밑천이다. 몸이 망가지면 선수생명이 바로 끝난다.현장에 몇 명의 의료진이 대기하고, 어떤 의료장비가 갖춰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선수 보호의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은 건 글쓴이뿐만은 아닐 것이다.

 

photo by 아사달

 

환자 이송 수칙은 군대나 소방서, 119구급대 경험이 없더라도 간단한 교육을 받은 사람은 물론 일반상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진단이 나오기 전 환자 이송 또는 수송(전시)은 극도로 조심스러워야 환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번 경우처럼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언제 의식이 혼미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선수를 들것에 싣고 의식 유무를 확인하면서 팔다리를 들것 안쪽으로 넣고 후송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청소년 교육에도 큰 효과를 보았을 것이다.       

 

해설자가 만약 골절이나 인대 부상이라면 6개월~1년 동안은 선수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성 설명을 덧붙였지만 현장 분위기는 곧 진정되었고 무엇인가에 쫓기듯 경기가 서둘러 진행됐다. 부상 입은 선수의 아픔은 뒤로한 채. 마치 장애물 걷어내듯 선수를 장내에서 치워버렸다.

 

현장에 의료진이 몇 명이나 대기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관중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치어리더 5명이 화면 속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있는 모습과 부상 선수의 몸부림은 참으로 대조적이었다. 이 모든 장면이 KBS1을 통해 생중계 되었다. 그 선수 이름은 생각 안 난다. 평소 씨름대회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은 탓이다. 아마 태백장사 4강전 이전이나 금강장사 4강전 이전에 펼쳐진 경기였다.    

 


 

'IBK기업은행 2014 추석 장사씨름대회'는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기념해 경북 상주시청 실내체육관에서 지난 5일부터 오는 9일까지 열린다. 대한씨름협회가 주최하고 상주시 체육회·상주시 씨름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의 태백장사(80㎏이하)  우승 트로피는 울산 동구청 이진형 선수에게 돌아갔다. 생애 8번째 등극이다.

 

금강장사(90㎏이하) 꽃가마는 현대코끼리씨름단 임태혁(25) 선수가 라이벌 이승호(28·수원시청)를 누르고 역시 생애 8번째 올라탔다. 앞으로도 한라장사(110㎏이하), 백두장사(150kg이하) 결정전이 차례로 열린다.

 

이날 자매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여자부 무궁화급(75㎏ 이하) 결승에서 쌍둥이 자매 이진선과 이진주(모두 대구시청 소속)가 맞붙어 동생 이진선이 2-0으로 승리했다. 2014 추석 장사씨름대회가 열리고 있는 상주체육관 입장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