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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좀 고칩시다

강제추행과 기습추행의 차이는?

어제 직장 성희롱 예방 성교육이 있었다. 출장 나온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젊은 여성 강사가 남자 직원들 앞에서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남자가 엉덩이를 만진다면…" 이라든가, 신체 밀착 등 지하철 성추행 사례 예시,  성추행이란 이런 것 식의 교육을 진행했다. 여성 위주의 성희롱 방지 교육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남자들이 잠재적 성추행범인 것처럼도 들렸다.

 

일단 성추행이든 성희롱이든 성폭행이든 성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면 여성에게 유리한 게 현실이란다. 여성을 약자로 보는 관습 때문이기도 하단다. 성범죄는 남녀를 불문하고 동성 간에도 일어날 수 있으며, 역으로 여성이 남성을 성추행하는 경우도 있단다.

 

주먹구구 식 시각적 성희롱의 잣대… 노출 부위 힐끔 쳐다보면 시각적 성추행?

 

<언어적 성희롱>은 들어보았지만 <시각적 성희롱, 시각적 성추행>은 어제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성희롱과 성추행은  수치심이 전제인데 남자의 시선을 받고 수치심을 느꼈는지, 느꼈다면 얼마나 느꼈는지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에 적용되는 계수화 또는 계량화된 기준 없이 여성의 주장(진술)이 우선이라면 주먹구구 식 잣대다. 남자의 시선을 즐기는 여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것으로 알고 있는데 , 만약 실컷 즐기다 수치심을 느꼈다면서 돌변한다면 대책이 없을 것이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여성(또는 남성)의 두드러진 노출 부위를  힐끔 쳐다본 것만으로도 시각적 성희롱이 성립된다면 셀 수 없이 많은 남성들이 시각적 성희롱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힐끔힐끔이라면 모를까.

 

평균 이상을 튄다고 표현한다.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유난히 세련된 옷차림을 목격했을 때, 남달리 곱고 하얀 피부를 모았을 때, 모델 뺨치는 몸매와 만났을 때, 여드름이 심한 사람이나 예상치 못하던 고른 치열을 보았을 때 눈길이 가는 건 자연스러운 것인데 이런 케이스도 거리의 시각적 성희롱, 지하철의 시각적 성추행이란 말인가?

 

여성의 과다 노출로 인한 성추행의 경우, 즉 여성이 성충동을 유발한 경우에 대한 셜명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대목은 일을 하느라 제대로 듣지 못해 아쉽다.

 

강사가 들려준 흥미로운 사례가 생각난다. 지나치게 심하게 노출된 옷차림으로 출근한 여직원이 자신을 자꾸 쳐다봤다며 남자 직원을 고소했는데 벌금은 오히려 고소인에게 내려졌단다. 시선 처리가 어려운 한정된 공간(사무실)임을 알면서도 과다 노출한 여직원에게 책임의 무게를 더 두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건 성교육 시간보다  함께 온  은행 직원(?)의 경제교육 시간이 더 길었다는 점이다.  여강사가 먼저 가지 않고 기다리는 걸 보니 이들은 함께 움직이는 모양이다. 알고보니 직장 성희롱 예방교육 비용을 은행 측이 대는 대신 교육장에 함께 다니며 상품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강제추행과 기습추행의 정의는 간단명료하다.

강제성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저항을 못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저지른 성추행이다.

기습성추행은 강제추행의 일종으로 피해자의 부주의를 틈타 기습적으로 저질러진 성추행이다.

 

어제 <예견된 성추행을 적극 저항 안하면 강제추행이 아니다>라는 판결이 있었다. 즉, 성추행 당할 것을 미리 짐작하고도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면 강제성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는 성추행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것을 전제로, 강제추행죄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지법 형사11부는 처체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30대 형부에게 일부 혐의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혐의는 성추행으로 인정, 징역 26월을 선고하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렸다.

 

형부와 처제 사이는 남남 같은 보통 관계가 아닌 특수 관계다. 법원의 판시는 듣기에 따라서는 형부가 처제를 추행해도 처제의 적극적인 저항이 없었다면 얼마든지 추행해도 괜찮다(무죄)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법리 해석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이 같은 특수 관계의 불미스러운 일을 따로 떼어내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성추행을 당해도 가족 또는 친족 관계 악화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형부와 처제 사이라는 점을 고려했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첫 번째 성희롱 혐의는 유죄, 두 번째 성희롱 혐의는 무죄 선고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올해 39세인 형부 A씨는 지난해 7월 자기 집 안방에서 잠을 자려던 25세 처제 B씨의 몸을 아내 몰래 더듬었고, B씨가 추행을 피해 다른 방으로 옮겨가자 따라가서까지 이불을 덮어주는 척 제스처를 취하면서 다시 처제 엉덩이를 더듬는 등 성추행한 두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첫 번째 성추행 사실과 2004년 당시 14살이었던 처제의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두 번째 행위가 '폭행이나 협박으로 저항할 수 없게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에 전형적인 강제추행은 아니고 강제추행의 하나인 '기습추행'이라고 판단했다.

 

또 지난 2012년 3월 형부 A씨가 자기 집 안방에서 속옷을 내려 당시 22살 처제에게 성기를 보여주면서 "남자 친구랑 해봤니"라고 물어본 혐의에 대해서도 "처제 B씨가 불쾌감을 느꼈을 수는 있지만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에 도달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일부 혐의 무죄 선고를 내린 근거는?

처제 B씨가 형부 A씨의 성추행이 언니에게 알려지지 않게 하려고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점,

형부 A씨의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점.

피해자의 부주의 등을 틈타 갑자기 저지른 기습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점. 

B씨가 잠들지 않은 기색을 보이자 A씨가 바로 행동을 멈춘 점,

B씨가 A씨에게 "신경 쓰지 말고 방에서 나가라"고 말한 점.

B씨가 형부의 성추행 이후에도 형부 집에 계속 머물면서 조카를 돌본 점에 미뤄 당혹감을 넘어 압박감이나 두려움까지 느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  

이를 종합해보면, A씨의 행위에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첫 번째 추행은 피해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니 기습추행이 되지만 두 번째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B씨는 A씨를 피해 다른 방으로 옮겨가 잠을 자려 했기에 뒤따라온 A씨가 자신을 계속 추행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A씨의 두 번째 행위가 기습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판시했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법전 해석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논란의 소지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법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혹시라도 있을 상소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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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법원은 관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술이 사건마다의 공통점이고 주로 잠든 여자가 범행 대상이다. 아래는 언론의 보도 3건을 묶은 것이다.

1.  지난 2013년에는 잠든 13살 처제를 성추행한 우즈베키스탄 국적 30대 형부에게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인천지법 형사13(김상동 부장판사)는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미성년 처제를 성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A(37)씨에 대해 징역 26월에 집행유예 3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3세의 처제를 보호해야 할 피고인이 오히려 준강제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고, 어린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벌금형 외의 전과가 없고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성범죄 전력이 전혀 없어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A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하지는 않았다. 지난 2009년 결혼한 A씨는 지난 221일께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처제(13)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합뉴스 2013년 보도

 

2. 또 아내, 장모, 처형, 동서 등과 함께한 가족모임서 술에 취해 노래방 화장실로 뒤따라가 20세 처제 성폭행을 기도한 혐의를 받은 20대 남성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아무리 만취 상태라도 아내, 장모, 처형이 함께한 자리에서 처제가 여자로 보였을까.

 

인면수심이 따로 없다. 인천지법 형사14(부장판사 신상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29)에게 징역 36개월에 집행유예 5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심신상실 상태인 처제를 간음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범행 동기와 수법,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을 보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 2015428일 보도

 

3.유명 혼수이불 업체 회장은 처제와 여직원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피해자 A씨 등 3명은 지난달 예단이불 전문업체 회장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피해자들은 고소장에서 B씨가 올해 초 사무실이나 회식 자리에서 가슴을 만지거나 볼에 입술을 갖다 대는 등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B씨의 처제이자 이 회사 직원인 A씨는 B씨와의 통화 녹취록을 비롯, B씨 부인 등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도 증거자료로 경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B씨는 두 번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달 불구속 기소 의견 으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사건을 송치했다. CBS노컷뉴스 김연지 기자 2013613일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