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느 회사에서 생긴 일들

요즘 남자 같지 않은 요즘 남자를 보았다

입사 이틀 만에 퇴사하겠다는 친구

지난 6월 결원이 생겨 충원이 불가피했고, 그 과정에서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의 가벼움과 뻔뻔함을 보았다. 입사 이틀 만에 퇴사하겠다며 사과 한마디 없이 일한 일수만큼의 급여를 챙기는 것이다. 여기는 일당을 주는 공사판이 아니다. 월급을 주는 어엿한 직장이다. 민낯을 보니 정나미가 떨어졌다.  

 

구인도 구직 못잖게 어렵다. 막상 사람을 구하다보면 구직자는 넘치지만 회사가 요구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 심사숙고하느라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사람인, 잡코리아, 워크넷 등 구인·구직사이트에 구인 공고를 내고 면접 시 급여와 실무 능력, 심성, 팀워크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심성을 짧은 면접시간에 파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반면 구직자 입장에서는 구인 회사는 많지만 자기 입맛에 맞는 곳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양자 모두 꼼꼼히 신경쓸 일도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역지사지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서로 간의 도리다.

 

구인 절차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임원 구인 합의→ 대표 수락→ 구인 공고 및 회사 내외 추천→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필요 시) 검토→ 

복수의 면접자 결정→ 면접 및 실무 테스트→ 실무자 회의→ 합격자 낙점→ 대표 수락→ 당사자에 통보→ 

출근→ 적응 기간 부여→ 업무 투입  

위 내용에는 생략한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보통 빨라도 채용에 10~15일 이상 소요된다.    

 

약 2주일 간에 걸쳐 구인 공고를 내고, 이력서를 검토한 뒤 면접과 실기 테스트를 했다. 30대 중반 경력 3년가량의 지원자가 눈에 띄였다. 주간지 출신으로, 더 큰 물에서 배우고 싶다고 했다. 1년 이상의 공백(백수) 기간과 전 직장의 업무 시스템, 포트폴리오, 나이에 비해 짧은 경력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당사자가 포부와 의욕을 보여 '나눔(?)'차원에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엔 가르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나이에 비해 짧은 경력은 팀워크 문제와 직결돼 찜찜했다. 우리 부서 구성원은 이 친구보다 어린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실은 어제 (퇴사를)말씀 드리려고 했는데요"  어제는 출근 첫 날이다.

"내일부터 그만두려고요"  가벼움에 기가 막혔다. 이틀 만에 구인 과정을 또 밟아야 한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기존 구성원(입사 선배)들과 맞지 않고 자존심 상해서" 더는 못 있겠단다.

 

또 무시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단다. "(자기보다)나이 어린 (부원들이)아는 것을 초보자 대하듯 가르쳐 주어 무시 당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입사 선배들은 이 경솔한 친구보다 어리다. 이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자발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에 감사하지는 못할지언정 자존심이 상하다니…  "(자신의) 향후 위상에도 걸림돌"이란다. 실무 능력은 감안하지 않고 나이에 따른 위상만 따진 셈이다. 

 

결국 입사 나흘 만에 퇴사…붙들고 싶지 않았다, 아니 후련했다

 

말도 쉽게 번복한다. 우리는 창의력을 요구하는 직종인데 입사 뒤에야 "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제목을 단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밝히더니 "어찌 그동안 한 번도 기사를 한 번도 읽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는 등 말을 쉽게 바꿨다. 숨이 턱 막혔지만 어쩌랴. 기왕 뽑았는데. 입사 전에 그런 말을 했으면 채용하지 않았다. 

 

"가제 그대로 제목을 달았고 기사도 한 줄조차 끊을 재량권이 없었다"라며 "경제용어를 많이 모른다. 아는 게 없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입사 전에 미리 말했지만 창의력과 센스가 울고 갈 일이다.  왜 이런 사람을 채용했느냐고 묻는다면 첫째는 급여 문제, 둘째는 채용에 할애할 시간 부족 셋째는 그러다보니 지쳤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결국 4일 만에 퇴사했다. 구인 절차의 번거로움과 소요 시간 등을 설명했지만 거의 막무가내다. 끝내 죄송하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다. 일한 만큼의 급여만 요구했다. 근무일 수를 모른척하고 물었더니 "5일 동안"이라고 하루를 더 붙였다. 면접 보고 실기 테스트를 한 날까지 포함해 산정한 것이다.

 

어느 회사도 면접 치르고 실무 테스트한 날까지 임금을 주지 않는다. 알면서도 '아니면 말고'식으로 일단 질러본 비양식. 사람이 예쁘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면 하루쯤은 모른 척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아니었다.

 

글쓴이의 휴대전화 번호를 물었다. 연락할 일 있으면 회사전화로 하라고 했다. 급여 문제 외에 글쓴이에게 연락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얄밉다는 생각에 그 문제는 글쓴이 소관이 아니라고 했다. 사실 내 담당이 아니다, 급여 지급일까지 묻는다. 30대 중반이면 총무부 또는 경리과 담당이라는 것쯤은 상식이다. 사람이 예뻐보이면 글쓴이가 먼저 나설 수도 있지만 어디가 예뻐서 나서겠는가.  

 

이 바닥이 좁다는 것은 아는 모양이었다

 

온정이나 동정을 베풀면 존경을 못 받는다는 일부의 의견이 있다. 야설이다. 여기서 야설은 야한 소설의 준말이 아니라, 민간에서 사사로이 떠도는 주장인 야설(野說)을 뜻한다. 

 

이 친구 입사 3일째 되는 날 부원들에게 자기에 대한 말은 하지 말라고 글쓴이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부원들은 이 친구가 왜 나갔는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부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불만을 모두 말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다. 기껏 가르쳐 주었더니 자존심 운운해 부원들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능력은 감안하지 않고 현재의 위치나 미래의 위상을 따지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데 왜 그런 부탁을 했을까? 이 바닥이 좁다는 점은 아는 모양이다.

 

사실 경력이 만 3년에 가까운 이 친구는 맨 파워가 입사 7개월 차의 부원만도 못했다. 조판 프로그램에 미숙함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지만 업무 상 미흡한 센스와 창의력은 시간을 해법으로 기대할 수 없었다.  노력과 성실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부원들 모두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데, 노력하는 시늉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급여 지급만 확인하고 나갔다.

 

몸값이 높아진 만큼 인디자인 조판 교육비를 받고 싶은 심정이다

 

회사의 입장도 있다. 이 친구는 쿽(quarkxpress)을 쓰다왔는데 우리는 인디자인( InDesign)을 쓰기에, 부원들이 이 점을 감안해 인디자인 조판 방법을 바쁜 업무 시간 중에도 어렵사리 짬을 내 열심히 알려 주었다. 쿽을 사용했기에 4일 간이면 인디자인 조판 실무를 모두 알게 되어 다른 곳에 가서도 무리 없이 즉시 전력으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몸값이 높아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되레 조판 교육비를 받고 싶은 심정이다. 인디자인 조판 교육비와 4일 치 임금이 오버랩됨은 무슨 연유일까?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사람을 급히 구하다 보면 기존 구성원보다 경력 기준으로 연봉이 다소 높을 때도 있는데  이 건 순전히 구직자의 운이다. 내부적으로 일부의 불만을 살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이 불만은 팀워크를 깨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오너가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