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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에서 생긴 일들

연봉 협상도 운칠기삼이다

일러스트 아사달

도박이나 경마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운칠기삼'이 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은 운이 70%이고 재주(skill·기량 또는기술)가 30%라는 뜻이다.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운'탓으로 돌리고 잘 풀렸을 때는 자기의 '스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외로 많더라.

 

올해 봄에 우리 부서에 결원이 생겼다. 두 직원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자진 퇴사했는데 한 사람은 목 디스크 치료(상황에 따라서는 수술), 또 한 사람은 맞벌이 부모를 둔 탓에 치매 할아버지 간병이 퇴사 이유라 붙잡지 못하고 급히 대타를 구하느라 허둥댔던 것으로 기억난다.

 

운칠기삼 막내야, 다시 한 번 축하한다

 

퇴사일은 임박하고 지원자는 별로 없는데다 마땅치도 않아 실무 경험은 없지만 우리 업무 관련 학과 올 2월 졸업생을 채용했다. 급히 구인을 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의 의미를 절감했다. 본인이 들으면 기분 상하겠지만, 막상 채용하고 나니 '개똥도 모르는 깜깜나라'였다. 캠퍼스와 현장 간 괴리의 크기도 실감했다. 퇴사하는 경력자 대신 신입 사원을 채용, 전력이 약화됐다.   

 

선택의 여지가 넓지 않아 면접을 보면서 지원자 본인의 희망 연봉을 3개월 뒤에 주기로 하고, 그 보다 약간 낮은 급여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기뻐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연봉에도 만족하는 눈치였다. 이 직원에게는 운이 따랐던 것이다. ·칠·· 

 

우리 부서 채용은 글쓴이가 결정하면 오너는 재가만 하는 식이다. 근년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아이는 취업난을 겪지 않고 졸업하자마자 직장을 얻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운칠기삼이다. 다시 한 번 축하한다, 막내야!

그런데 본인은 그때 운이 좋았다는 걸 알고 있을까. 친구들과 견주어 연봉이 '두둑'하다는 점을 알고 있을까.


 

P.S

결원을 급히 메워야 한다는 조바심이 작용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걸 도와주고도 싶어 희망 연봉을 주기로 결정했지만 어린 나이가 마음에 걸렸다. 이 점은 지금도 글쓴이에게 커다란 짐이다. 어린 만큼 경험과 상식이 부족해 일 처리가 미숙하다. 글쓴이가 채용했으니 글쓴이가 감수해야 한다고 지금도 다짐하지만 날마다 마감시간이 있어 사실 끌고 나가기가 너무 벅차다.

 

나약한 의지에서 나오는 요구를 모두 허락하는 건 너를 돕는 게 아니고 해치는 거란다  

 

업무 미숙은 물론, 눈이 아프다고 결근했고 몸이 아프다고 조퇴하겠단다. 눈은 부었을 뿐이고 아프다는 몸은 그리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직장생활 미숙이 부른 철없는 행동이다. 글쓴이는 오랜 경험으로 이런 사례를 잘 안다. 버릇될까봐 오전 조퇴를 허락하지 않고 조금 일찍 들여보냈는데 마음은 편치 않다. 습관이 되면 본인 직장생활에 독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한 것이다.

 

본인은 섭섭할 수 있겠지만. 나약한 의지에서 나오는 이 같은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면 후배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연봉은 서로 간 비밀 사항인데 이 아이의 연봉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고참들이 시기하기도 한다. 본인에게 함구하라고 당부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