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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좀 고칩시다

"인터넷 공짜" 케이블TV의 황당 제안

황당한 제안

10년 넘게 보던 케이블TV, 해지를 신청했다. 내가 생각해도 충성도 높은 고객이었다. 고객센터에 신청한 지 하루 뒤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다짜고짜 "해지 신청을 철회하면 월 1만8700원짜리 인터넷을 공짜로 보게 해주겠다"면서 선심 쓰듯 케이블방송을 다시 유료로 보는 동안은 인터넷 사용료가 무료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순간 '진작 좀 잘하지'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1만8,700원은 부가세 포함 가격이다.

 

케이블TV 측 전화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챘지만 짐짓 모른 체하며 "누구냐"고 물어 보니 그제야 "OO케이블방송 해지 부서의 OO동 담당자"라고만 밝힐 뿐 이름은 생략한다. 요즘도 이런 전화 매너가 있나. 고객이 묻기 전에 이름 등 자신의 신분을 먼저 정확히 알리고 상담에 들어가는 게 순서인데, 이미 고착화된 고객에 대한 배려심 부족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래도 10년 전보다는 양반이다. 10년 전의 전화 응대 매너를 밝히면 이 글을 보는 방문자들이 믿지 않을 것 같아 넘어간다.  

 

10여 년 동안 이렇게 파격적인 제안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난 10년 장기 고객이었지만 '이미 손에 잡은 물고기'였던 그동안 요금 인하나 사은품 등 이렇다 할 혜택을 받아보지 못했다. 혜택은커녕 해피콜(happy call)조차 받은 적이 없다. AS 기사가 여러 차례 다녀갔지만 고객만족도를 조사하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기업의 고객 배려와 관리 수단인 해피콜이 일반화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이곳은 이렇게 영업한다. 

 

 

꽃만큼은 아니어도 고객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가짐이 필요한 상담원도 있다.

 

 

또 나에게 해지 이유를 묻지 않는 점에 미루어 보면 고객의 불편·불만 사항 개선 의지가 전혀 없음을 읽을 수 있었다. 개선이 되어야 제2, 제3의 해지 고객을 예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해지 신청을 접수한 고객센터에서 담당자에게 통보해주었을 터이니 고객의 불편 사항을 확인하고 개선하려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했다. 그래야 돌아섰던 마음을 다시 돌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해지와 불만족 이유를 묻지 않고 대뜸 인터넷 공짜라는 '당근'부터 내민 건 고객을 우롱하는 처사다. 웬떡이냐 하고 미끼를 덥썩 물 줄 안 모양이다. 고객의 수준을 우습게 본다는 방증이다.

 

사실 상담원의 유혹은 꽤나 달콤했다. 2만원 후반 대 이용료로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모두 즐길 수 있으니 많이 절약할 수 있다. 두 차례나 할인 받고 있는 타사 인터넷 사용료와 해당 케이블방송 이용료를 합쳐 월 5만원 가까운 돈을 꼬박꼬박 내고 있던 참이라 순간적으로 눈앞에 '반값'이 자꾸 어른거렸다. 1년 동안의 절약 금액이면 티스토리 포스팅에 필요한 미러리스 카메라(sony 넥삼이 중고)나 카메라 겸용 스마트폰(갤럭시 줌2)을 장만할 수 있다. 재약정 기간 3년간의 절약액을 모두 합치면 더 좋은 것도 할 수 있다. DSLR 카메라와 근사한 곳에서 가족과 외식하는 장면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반값' 유혹에 자존심을 내팽개칠 수는 없었다돈도 돈이지만 상담원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순간 자존심은 공중 분해되고 자격지심으로 오래오래 심기가 불편할 건 뻔한 일이다. 나의 귀차니즘과 (해지에 대한)우유부단으로 10년간이나  '갑 을'관계가 뒤바뀐 가운데 불친절과 퉁명스러움을 참아내느라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다시 '잡힌 물고기' 신세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끔찍하다.  

 

 

밝은 노랑보다 검정 색상의 꽃잎이 더 크고 많은 점이 인상적이다.

 

언젠가 하위 요금제로 변경하려고 하니 3년 재약정을 해야 한단다. 약정기간이 끝나도 두 번 끝났을 때여서 기가 막혔다. 시청기간 옵션이 끝난 상태에서 요금제만 바꾸는데 왜 다시 3년 약정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상위 요금제로의 변경이라도 재약정을 요구했을까? 아전인수가 따로 없다. 그럴바엔 차라리 타사와 3년 약정하고 40만원 상당의 사은품을 받지. 재약정에 따른 사은품이나 요금 감면 또는 인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아주 배짱이 두둑한, 그리고 고객을 바보로 아는 상담원이었다. 회사 경영진은 이 같은 영업 방식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석연치 않은 심기 그리고 서비스 제로 

 

해지 신청 이틀 뒤 케이블TV 측에서 나온 기사 분이 컨버터 등 장비를 회수한 뒤 집 밖에 있는 허브단자함에서 연결 선을 분리하길래 지상파는 나오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하니 지상파 단자는 있는데 연결할 선이 없단다. 선이 있는데 연결 못하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선이 없어 불가하다며 그냥 갔다. 아파트 관리실에  문의하라며. 원래부터? 

 

 

 설명을 들을 땐 선이 없는데 어쩌랴 싶었지만 다음날 문뜩 우리 집에서도 TV 시청료를 내고 있는데 지상파를 볼 수 없다는 것과 애당초 지상파 선을 절단하고 자기네 선을 연결한 케이블TV 측에서 원상복구를 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은 아파트라 공청안테나가 있고, 옥상에서 내 눈으로 확인했는데 어처구니없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시청료를 이중으로 부담해 왔다. 이치에 맞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허브단자함 내부. 적색 원 표시는 회사별 허브단자. 일반인들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데다가 컨버터를 회수해 갔는데 '멋대로 연결해서 시청한다'고?

 

케이블TV 시청 전에는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었다. 동네의 자그마한 유선방송사에 신청하려다 '그럴 바엔 차라리'하고 지역 케이블tv를 신청했던 것인데 이게 웬 조화인가. 그래서 원상복구 요구를 하기로 작정하고 고객센터에 요구하니 몇 가지 확인을 거쳐 다시 기사 분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 출장 나온 기사 분도 글쓴이를 우롱하고 갔다. 이 회사 기사 분들에게는 글쓴이가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하긴 '기계치'로 살았으니 당해도 싸다. 단자함에 있는 지상파 선을 연결했다 길래 TV를 켜보니 빗줄기가 떨어지는 듯한 흰 화면만 나온다. 사운드도 제대로 안 나온다. 아니, 치~익~ 소리는 들린다. 

 

기사 분은 한두 집 다녀본 게 아닐 것이니 경험 상 잘 알 텐데 말이 없다. TV 실내 안테나선은 연결돼 있었다. 원인을 물어보니 모르겠으니 관리사무실에 문의하라며 마치 시간에 쫓긴다는 듯 서둘러 갔다. TV를 들고 옮겨가며 우리 집 실내 TV 콘센트마다 연결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기사 분이 두 번이나 나와도 해결이 되지 않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무성의를 자주 당하니 '과연 지상파 선을 우리 집 단자에 제대로 꽂았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케이블TV 측에서 두 번째 출장 나온 AS 기사 분도 방치해 놓고 간 동축케이블이 볼썽사나워 보인다. 당초 실내 TV안테나 선을 빼고 설치한 것이니 원상 복구해줘야 마땅한데, 도대체 고객을 얼마나 우롱하려는 심사인지 통 알 수가 없다.

 

 

 

위 사진은 두 번째 기사 분도 방치해 놓고 간 실내 안테나 단자 사진이다. 케이블tv 측이 설치한 동축케이블을 제거하고 tv 안테나선을 연결해 놓아야 원상 복구인데 어이없다. 분명 상담원에게 원상 복구 요청을 했는데 실외 단자함만 만지고 가다니. 동축케이블을 그대로 두고 간 건 재신청을 하거나 새 가입자가 생겼을 때의 편리함 때문인가. 뚜껑마저 사라져 흉측스럽다.   

 

더욱 가관인 것은 글쓴이가 tv 안테나선을 연결하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즉시 모른다는 답이 돌아온 것이. 이렇게 눈에 훤히 보이는데 어찌 그런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 평생 손재주 없이 '기계치'로 살아온 글쓴이도 알아냈는데. 그런데 왜 난 당시에 '이곳' 아니냐고 확인해보지 못했을까? 기사 분이 모른다니까 그대로 믿은 걸까? 전문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에 기가 눌린 걸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TV를 거실에 들여놓는데, 그 TV 뒤에 안테나선을 연결하는 단자가 있다. 이 단자에 연결된 안테나선을 빼고 케이블TV용 동축케이블을 연결한다. 설치 경험이 무수한 이들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짐작컨대, 이 분들 보수 산정 기준이 '고객 만족도'가 아니고 건당인 것 같다. 그러 길래 해피콜이 없고 기사 분도 급히 돌아가는 게 아닐까? 그동안 이 회사 기사 분 증 우리 집에 출장 나온 기사 분은 자발적으로 무엇을 하려 들지 않았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아도 왔다가 서둘러 떠났다. 다른 기사분들도 이렇다면 히 회사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어쨌든 원상 복구될 때까지 다시 요구할 작정이다. 그래야 치밀어 오른 부아가 가라앉을 것 같다.  

 

 

글을 객관적 입장에서 쓰려고 최대한 노력했지만 경험담이어서 불가피하게 주관적인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일그러진 마케팅, 그 어긋난 속살이 보이는 듯   

 

 사진 바탕이 흰색이었는데 사진을 포스팅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변색됐다. 원인은?

 

위의 사진은 AS 기사 분이 다녀간 날 오후 길거리 전신주에 붙어 있는 동일한 케이블방송사 명의의 전단지를 찍은 것이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더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그동안 글쓴이가 낸 케이블TV 월 시청료는 2만원 후반 대였다. 그런데 이 전단지를 보면 디지털방송 최상위 상품(프리미엄 HD·251개 채널 월 1만3000원)과 광랜 인터넷(100M·월 1만원) 요금을 합쳐도 글쓴이가 그동안 매월 낸 케이블TV 시청료 하나보다 싸다.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

 

어랍쇼! 이건 231개 채널로 월 시청료가 1만5000원. 내가 내던 요금보다 약 1만원 저렴하다. 이것도 며칠 전 발견한 같은 케이블방송사의 전단지 내용이다. 가입자가 줄어서인지, 설비 노후화 또는 이만큼만 받아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파격적으로 인하된 시청료에는 틀림이 없다. 

 

사실이 이렇다면 자진해서 기존 가입자에게도 요금을 낮춰주어야 가입자 간의 형평이 맞는데 신규 가입자는 이처럼 싼 요금으로 모집하고, 잡은 물고기는 '나 몰라라' 푸대접한다. 그리고 해지한다니까 그제야 크게 선심 쓰는 양 인터넷을 공짜로 쓰라는 건 말도 안 되는 고객 기만이다. 그동안 꼬박 낸 요금에 견주면 푸대접을 넘어 바가지요금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이런 상품을 유선이나 모바일 등을 통해 알려주지 않았다. 이곳의 영업 방식은 이런 식이다.  

 

 

 

'있을 때 잘하지' 않고 홀대한 이유가 '이미 잡은 물고기'여서라면 일그러진 마케팅이다. 이따위 마케팅으로는 발전할 수도, 장수할 수도 없다. 한두 해 전에 대형 신축 건물 미입주 가게 안에 같은 케이블TV 명의로 뿌려 놓은 전단지 속 시청료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파격적이었다. 

 

기억으로는 5000원 미만으로 채널 수도 적잖은 상품이었다. 해당 케이블TV 측이 아니고 관련 외부 사업자가 뿌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밑지는 장사는 아니기에 파격적인 가격이 가능했을 것이다. 잡힌 물고기는 5배의 시청료를 내는 판에 새로 잡으려는 물고기에게는 오분의 일 가격의 미끼를 던지는 상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물론 채널 수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그동안 경쟁사들이 현금과 상품권, 경품을 내세워 가입을 유혹해 왔다. 보통 3년 유지 조건에 30만~50만원이었다. 요즘에도 최고 45만원을 준단다. 그래도 이동하지 않은 이유는 장기 고객에 대한 배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미련 때문이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잔뜩 미련을 움켜쥐고 있던 내가 미련스러워 보이는데 누굴 탓하겠는가?

참고로 사은품은 가입 1년이 지나면 반환 의무가 없다. 사용 요금 12회 납부 (무료 사용 기간 제외)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