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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5억원 노역 회장님과 일당 5만원도 버거운 서민

일당 5억원 노역. 해볼 만하다. 아니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한마디로 '황제 노역'이다. 서민은 일당 5만원 벌기도 버거운 데 어느 회장님은 무려 1만 배나 많은 5억원이 하루 노역의 대가란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한번 회장님은 교도소에서도 영원한 회장님'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서민 일당의 무려 1만 배나 더 받는 셈인 허재호(72) 대주그룹 전 회장의 광주교도소 노역장 노역생활이 23일 시작됐다. 대기업 총수가 수백억 원의 벌금을 몸으로 때우는 것이다.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은 대법원에서 확정한 벌금 254억원을 납부하는 대신 노역장 유치를 택했기 때문에 영장실질심사로 인한 하루 구금으로 5억원이 감액된 249억원을 49일간의 노역장 유치로 탕감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허재호 전 회장은 49일 중 휴일을 제외하면 33일 동안만 노역하면 249억원을 탕감 받을 수 있어 일하는 날로 계산하면 실제로는 하루 7억5450만원을 탕감 받는다. 황제 중에 황제 노역이다.

 

 

하루종일 5000원도 벌기 어려워 보이는 어르신 노점상.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400억 원대 벌금과 세금을 내지 않고 출국해 2012년 3월부터 수배 중이었다.  귀국 이유는 검찰 등 관련 기관의 강력한 벌금 및 세금 집행 추진 의지에 압박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참에 나도 죄 짓고 하루 5억 원씩 까볼까" 라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자. 일반인은 구치소 노역 일당으로 평균

5만원이 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도시 일용노동자의 일당에 해당하는 5만원으로 산정된다.

 

하지만 벌금 총액이 똑같아도 일반인은 무려 1360여년 만에, 재벌인 허 전 회장은 고작 49일 만에 탕감되는 불평등한 현실을 아이들에게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현행 형법상 벌금 납부 판결 30일 이내에 경제적 사정 등으로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으로 대신할 경우 금액 환산은 법관의 재량으로 결정된다. 하루 노역 환산 금액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노역장 유치 기간은 1일 이상, 3년 이하로 규정돼 있다. 

 

남들은 쉬는 일요일인 어제 지하철 역사 내에서 막차가 올 때까지 기력이 떨어져 떨리는 손으로 판매할 한 움큼의 채소를 간신히 다듬고 있는 8순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를 한참 동안 멍한 상태로 지켜보았다. 둔기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 기역(ㄱ)자 허리에 초점 흐린 눈동자는 아무 의욕도 희망도 없이 죽지 못해 살아가는 무기력한 모습이었고,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은 피부, 누가 보아도 뚜렷한 영양실조에 걸린 이 할머니의 일당은 얼마나 될까.

 

뉴질랜드에서 도피 생활 중인 올해 초 카지노에 나타나 게임하는 모습과 호화로운 생활 등이 교민에 의해 포착되었다고 보도된 허 전 회장과 꼬부랑 허리의 마지못해 살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자꾸 떠오른다. 최근 공과금 70만원을 남기고 자살한 세 모녀와의 삶의 질 불균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할머니가 막차 시간까지 장사하던 장소는 단속원들을 배려해 밝히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마 이 분들도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지는 않으리라. 인지상정이니까.   

 

허재호 전 회장에 대한 특혜 시비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12월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 및 벌금 508억원을 선고하면서 벌금을 못내면 하루 노역 일당을 2억5000만원으로 환산해 유치하도록 했다.

 

광주고법 형사1부(당시 재판장 장병우, 현재 광주지방법원장)는 2010년 1월 허 전 회장의 벌금을 254억원으로 50% 삭감하고 노역 일당을 5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2011년 12월 대법원은 허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및 벌금 254억원을 확정했다. 그의 노역장 하루 유치 환산 금액은 항소심 재판부가 5억원으로 확정했다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허 전 회장의 노역 일당 5억원은 2008년 탈세 등의 혐의로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노역장 하루 유치 환산금 1억 1000만원의 5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또 벌금 2340억원을 선고받은 ‘선박왕’ 권혁 회장은 3억원이었고, 벌금 400억원을 선고받은 손길승 SK 명예회장은 1억원으로 환산한 판결이 각급 법원에서 나온 바 있다. 봐주기 논란의 또 다른 이유다.

2008년과 2010년, 2011년 당시 최고 위정자가 누구였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