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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살아가며..

연말연시

 

2013년이 벌써 12월에 접어들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1년 전 들은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가 그리워진다.

 

연말은 동창회, 친구, 동호인, 회사 부서, 가족과 친인척, 여러 유형의 지인 등의

각종 모임으로 회식이 잦은 시기이다. 술자리를 갖고 1년 동안의 회포를 서로 풀며 한 해를 마무리 짓는다.

 

그동안의 서먹함과 섭섭함을 푸는 기회의 자리이기도 하다. 연시도 비슷한 모임을 갖고

그 해의 발전을 다짐하고 기원한다. 잘 나가거나(?) 술자리를 좋아하거나 사교적인 사람은 거의

한 달 내내 모임에 참석한다. 회비를 내고 참가하는 모임이 대부분이다. 몸은 축나지만 서로간의 친밀도는 높아진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떠오르는 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하고는 매년 한두 모임에 함께 참석하게 되는데, 항상 이 친구가 먼저 동행을 제안한다.

 

처음 한동안은 먼저 연락해주는 게 고마웠다.

잊을 뻔했던 모임을 상기시켜주고 혼자 가는 무료함을 달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내가 내는 회비가 2인분이 되었다, 이 친구는

모임 장소에 도착하면 항상 요란하게 인사부터 먼저 나눈다. 그러다보면

(회비를 걷는)총무를 지나쳐 인사를 나누게 된다. 수문장처럼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총무에게 회비를 혼자만 내기도 좀 멋쩍고, 돈 걷는 데는 뛰어난 스킬을 습득하게

되는 총무는 우선 2인분을 내고 나중에 정산(친구에게 개인적으로 받으라는 뜻)하라고 권유한다.

 

한동안은 별 생각 없이 2인분을 냈고, 친구에게 그 사실을

말하고 다시 받기도 난감해 여러 차례 그냥 그렇게 내가 전담하는

쪽으로 흘러갔는데, 여러 차례 이어지다보니 내가 전담하는 게 굳어졌다.

 

사실 친구라면 회비를 대신 내줄 수 있다. 함께해온 세월 속에 소중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우리 정서상 말 그대로 '친구'니까. 친구는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습관처럼 굳어지고 나니 의아한 생각이 든다. 내가 쩨쪠한 것일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고 했다.

친구에게 바라는 게 큰 근 게 아니다. 무리한 것도 아니다.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자는 게 아니라 '내가 깜빡했었다'는 말 한마디면 족하다. 

 

먼저 같이 가자고 연락하고, 회식 장소에서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먼저 들어가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니 내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주는 친구인가하고 지난 일을 되돌아보게

됨을 이 친구가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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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버튼>을 깜빡했다가 2015년 7월 13일부터 <하트>를 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