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발 좀 고칩시다

피보다 진한 경영권? 롯데 왕자의 난 점입가경

요즘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혹자는  롯데家의 부자와 형제들의 경영권 다툼을 이전투구에 비유하면서 <피보다 진한 돈, 피보다 진한 경영권, 돈은 피보다 진하다, 피보다 돈>이라고 지적한다. 또 <錢쟁, 쩐의 전쟁>에도 비유한다. 나아가 <롯데는 친일 기업>이라는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롯데 왕자의 난>에 얽힌 말·말·말들이다.  

 

왕자, 정말 합당한 표현인가?

 

그런데 <왕자>라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 홍두깨도 격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이들을 과연 <왕자>라고 칭할 만한가. 부친 신격호 회장이 임금이란 말인가. 왕자는 선망과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해야 하는 지위다. 국내 재벌가를 통틀어 노블리스 오블리주 사례가 몇번이나 있었는가.

 

왕자는 언론이 격상 시킨 지위에 불과할 뿐이다. 그냥 그렇게 비유했을 뿐이다. 아무 생각없이. 현대그룹 <왕자의 난> 보도 전례처럼. 롯데그룹 <형제의 난 또는 경영권 다툼>이 어울리는 표현이다. 아니 롯데家 경영권 다툼으로 부르는 게 당근이다.

 

신격호 회장이 전세기 타고 급히 일본으로 날아간 사연

 

<롯데 골육상쟁>으로 일컬어지는 롯데 왕자의 난(경영권 분쟁) 개요를 알아야 글 취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경위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소위 롯데 왕자의 난 요약이다.

 

지난달 27일 거액의 전세기를 타고 주위에서는 모르는 짬짜미로 일본 롯데홀딩스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당시)과 그의 장자 신동주 前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이 나타나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을 제외하고,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의 해임을 지시했다.

 

이튿날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반격으로 이사진 해임 무효화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 시키는 조치가 있었다. 신 총괄회장은 이 자리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실권을 잃은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세기 비용은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 1박2일에 수천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의 <거사>는 일본의 경제 일간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에 의해 28일 국내에 알려졌다.

 

그들은 <그들만의 錢쟁>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이어 30일에는 롯데가 장남 신동우 전 부회장의 대반격이 있었다. 주주 총회에서 표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이미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입장에서는 수락이 내키지 않기에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31일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 신동주 전 부회장 저택에서 신격호 명예회장의 선친 신진호씨의 기일(忌日) 행사가 있었지만, 신격호 명예회장(현재)과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감을 한아름 안고 성북동에 몰려든 취재진은 괜한 헛수고만 했다.

 

이날 신격호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 등 일부 친족들이 <신격호의 후계자는 신동주>라고 공언, 장남과 차남의 경영권 대결 구도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신선호 사장은 제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제사만 지냈다. 회의도 안 했다"면서 "신격호 회장이 신동빈 회장에 대해  격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영자·신동인은 물론 신동주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너무 독주했나? 신동빈 회장에 대한 왕따 분위기

 

실제로 신격호 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8)씨,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5촌 조카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은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사장의 말과는 달리 당시 자택에 있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만약 제사에 참석했다면 친족들과 <反 신동빈>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이 1라운드 롯데 왕자의 난 정리다. 2라운드는 짬나는 대로 포스팅 예정. 

 

이번 골육상잔으로 신동빈 회장은 친족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다. 가족의 따돌림보다 더 무서운 건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으며, 나아가 국민으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게 문제이자 발등의 불이라는 점을 파악했느냐는 거다.  

 

아들이 아버지를 해임 시킨 사례가 또 있는가. 더구나 그는 창업주다. 

      

이제 본론으로 접어든다. 두 아들의 이전투구 식 경영권 다툼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해임시키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창업주인 아버지의 옷을 아들이 벗긴 것이다. 오늘날의 롯데를 일구어 내기까지 겪었을 갖은 고초는 하루 아침에 없었던 일이 된 것이다.

 

하물며 일반 중소기업이라도 <창업 멤버>는 해사(害社)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한 함부로 목을 치지않는다. 창업주가 아닌 창업 멤버라도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우대하는 것이 도리요, 의리다.

 

특정인을 비호하려는 의도는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효(孝)와 인간의 도리, 의리를 말하자는 거다. 이에 어긋났다고 판단했기에 여론은 심지어 <피보다 진한 돈>이라는 비난을 퍼붓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신동빈 회장의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불효자>가 <키맨·key man>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쉽사리 용납될까? 90세가 넘은 아버지의 판단력과 경영 능력 저하, 건강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기업을 더 성장시키고자 취한 조치라고 할지라도 신격호 회장은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요, 롯데그룹 창업주이기에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

 

우리는 '효'를 중시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곳곳에서 <도리>가 퇴색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사회는 효를 중시한다. 효는 저버리면 안되는, 저버릴 수 없는 사람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현아>라는 아름다운 이름에 걸맞지 않은 처세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는 <땅콩 회항> 조현아 사건. 데미지(damage·바른 표기는 대미지)는 조현아 부사장(당시) 개인에 그치지 않고 한진그룹 전체에 먹칠을 했고, 특히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국민과 국제적인 시선은 곱지 않다. <한진 로열 패밀리> 중 조현아 한 사람의 경거망동으로 한진그룹이 국내외에서 크든 작든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도 국제적 시선과 평가가 조현아 대한항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수, 특히 유통이 주력인 그룹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출 실적에 타격을 받을 것이 크게 염려된다. 경영권 분쟁이 길면 길수록 타격은 커질 것이 뻔하다. 기업은 일정 궤도에 오르면 오너 일가나 개인의 소유만은 아니다. 기업의 실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불상사가 국제여론 악화로 비화돼 수출감소와 외인 투자 축소로 이어져선 안된다   

 

이번 롯데그룹 불상사가 제발 2007년 <아들 보복 폭행> 사건과 배임 및 사기 등으로 인해 회사에 수천 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 등으로 3번이나 징역형을 선고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2013년 주요 계열사로부터 497억원을 빼돌린 횡령 혐의와 계열사 임원들의 성과급을 빼돌려 140억원의 비자금을 추가로 조성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건 등을 국제적으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아야 해외 수주와 수출에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다. 이밖에도 국내외에 망신살이 뻗친 기업은 있지만 생략하고 넘어간다. 


 

아래는 여담(?) 두 가지.

1. 한화와 CJ  등 재벌가는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해서 해법을 둘러싸고 고심 중이다. 자칫하면 여론 악화로 총수의 8·15 특사에 영향을 끼칠까봐 우려하는 눈치다.

 

경영권 분쟁이 주가 상승을 부르는 건 그릇된 이유가 있

 

2. 롯데, 현대 등 기업의 경영권 싸움이 보도되면 해당 기업 주가가 급상승 하는 게 전례다. 오너 또는 총수, 키맨들이 경영권 분쟁에 신경 쓰느라 기업 경영이 예전만 못하고, 결과는 실적 부진인데 왜 주가가 급상승할까?

 

답은 자명하다. 지분 매입 경쟁을 할 것이라는 개미들의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이를 악용한 세력의 작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약발도 대부분 길지 않아 개미들만 십중팔구 손실을 보기 십상이다, 롯데그룹 주들이 벌써 반락하고 있는 현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